“와당(瓦當ㆍ막새라고도 불리는 처마 끝 기와)은 3,000년간 이어온 한국 문화의 핵심 요소이자 역사의 증거입니다. 이우치 컬렉션의 뛰어난 점은, 한국 모든 세대의 기와를 망라한다는 것입니다.”
10일 이우치 컬렉션 특별전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만난 유창종(70) 유금와당박물관장은 컬렉션의 미술사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우치 컬렉션은 일본인 이우치 이사오(1911~1992)가 평생 수집한 한반도의 와전(瓦塼ㆍ기와벽돌). 전체의 약 절반인 1,082점은 1987년 이우치가 직접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고, 나머지 1,296점은 유 관장이 2005년 그의 차남 이우치 기요시(71)에게서 매입해 유금와당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다.
이우치 컬렉션의 형성 과정 자체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비극이다. 김성구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애초 이우치 컬렉션의 대부분을 모은 것은 수집가 이토 쇼베(?~1946)로, 1920년대 일본이 한국을 문화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한반도의 문화재 연구에 열을 올리며 기와를 대거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컬렉션이 이우치의 손에 들어가면서 기와의 운명은 반전을 맞았다. 이우치는 외과의사였지만 한국 기와에 애정이 깊었다. 1964년 이토가 남긴 수집품을 일괄 구입하고 자택에 이우치고문화연구실을 설립했다. 1981년 완간한 ‘조선와전도보(朝鮮瓦塼圖譜)’에는 소장품 중 보존상태가 좋은 2,229점을 선정해 실측도와 사진을 수록했으며, 이 책 50부를 한국의 연구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1987년 그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컬렉션 절반을 기증한 것은 한일 문화교류사에 미담으로 남았다.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생전에 만났던 이우치를 떠올리며 “이우치 선생은 기와의 가치를 깨닫고 한국을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치 컬렉션의 완성은 유 관장의 역할이었다. 검찰 출신으로 문화재 수사를 통해 기와와 인연을 맺은 유 관장은 이우치 컬렉션과 맞먹는 유창종 컬렉션을 형성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일본인이 한국 문화재 보존에 노력했다 하면 후손에게 민망할 일이라 생각해 기와 수집에 열을 올렸다”는 것. 이런 노력은 컬렉션 매입으로 이어졌다. 유 관장은 “와당은 삼국과 고려, 조선 각 국의 문화적 특질과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유물로 의미가 높다”며 “이우치 컬렉션이 한국으로 오면서 한반도 기와 연구의 중심도 옮겨왔다”고 말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유금와당박물관과 협력해 이우치 컬렉션 중 300개를 뽑아 정리한 ‘돌아온 와전 이우치 컬렉션’을 9일 출간했다. 내년 7월 16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은 이를 기념한 것이다. 13일 오후 1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우치 컬렉션 학술대회도 개최한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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