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선수도 구단도 웃는다. 넥센이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야수 배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넥센 박병호(29)의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팅 최고 응찰액은 1,285만 달러(약 147억원)이다. 지난해 넥센은 포스팅 금액 500만2,015달러(58억원)에 강정호(28•피츠버그)로 보낸 데 이어 올해는 팀의 4번 타자 박병호의 미국 진출을 돕고 있다. 박병호가 연봉 협상을 마무리 짓고 빅리그 진출을 확정한다면 넥센은 2년 사이 포스팅 비용으로만 1785만2,015달러(약 205억원)를 벌어들인다. 선수는 꿈을 이루고, 구단은 실리를 거두는 '윈-윈 시스템'이다.
이렇듯 넥센이 연달아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넥센은 타 구단이 소속 선수의 포스팅 신청과 관련해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 것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이는 모기업 없이 운영되는 넥센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모기업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타 구단과 달리 네이밍 스폰서 등 100여 개의 후원사 지원금으로 구단을 꾸려 가는 상황에서 '포스팅 응찰액'은 구단 살림에 큰 몫을 차지할 수 있다.
지난 주 메인 스폰서십 재계약을 한 넥센 타이어와 히어로즈의 계약 규모가 연간 100억원 선인 것으로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박병호 포스팅 비용의 무게는 더 커진다. 한 팀에서만 몸담은 프랜차이즈 스타(강정호)도, 리그 4년 연속 홈런왕-타점왕을 차지한 슈퍼 스타(박병호)도 망설임 없이 보낸 넥센의 '현실적인' 선택인 셈이다.
<p style="margin-left: 5pt;">과거에도 넥센은 현금 트레이드 등을 통해 구단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 2009~2010년 주축선수들을 타 구단으로 보내면서 공식적으로만 총액 58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팀의 주축 선수들의 '도전'을 전폭적으로 돕고 나서면서 '통 큰' 구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p style="margin-left: 5pt;">이는 구단의 운영 철학과도 연관 된다. 선수를 더 크게 키워내 팀도 함께 성장시킨다는 기본 방침을 두고, 육성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등 '선순환'을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장석 넥센 구단 대표는 "좋은 선수가 우리 구단에 오면 성공을 하고, 메이저리그에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으로서는 팀의 대형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게 아쉬울 법도 하다. 하지만 염경엽 넥센 감독의 생각도 구단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염 감독은 "우리 팀 주전에 만족하지 마라"며 팀의 주축 선수들을 채찍질하고 "톱을 꿈꿔라. 국내에 만족하지 마라"며 더 큰 세계로의 도전을 독려한다.
그러면서도 넥센은 활발한 트레이드를 통해 자원을 확보하고, 유망주들을 집중 육성하면서 선수를 가장 잘 키워내는 구단으로 손꼽히고 있다. 넥센만의 독특한 운영 방식이 현실상 불가피한 선택이면서도 '현명하고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사진=넥센 박병호(왼쪽).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