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포스코 비리 수사의 마지막 관문인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8일 그를 5차 소환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검찰은 결정을 미룬 채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모습이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번 주 정 전 회장에 대해 배임과 뇌물공여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당초 검찰은 그에 대해 “포스코를 사유화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영장 청구 쪽에 무게를 두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결심’을 망설이는 것은 내부에서 ‘현실론’과 ‘원칙론’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론 쪽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된 전례를 볼 때, 정 전 회장의 영장이 발부될지 확신할 수 없다”며 불구속 기소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원칙론 쪽은 “검찰이 수사 논리로 판단해야지, 법원을 의식해 영장 청구조차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의 신병처리 방향은 아직 완전히 결론이 내려지지 않아 계속 검토 중”이라며 “양쪽 입장이 다 일리 있어 어느 한 쪽을 택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결국 현실론이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 전 회장 조사를 끝낸 뒤 1~2주 정도면 모를까, 한 달이 지난 이제 와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주 김진태 총장이 ‘(문제가 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특별수사’를 강조하며 포스코 수사 장기화를 에둘러 비판한 것도 수사팀에게는 부담이다. 정 전 회장을 구속하면 또다시 수사가 늘어질 수밖에 없어 수사팀이 총장에게 항명하거나 ‘오기’를 부리는 것처럼 비칠 소지가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정석대로 판단했으면 될 일을 검찰이 좌고우면 하다가 딜레마에 빠진 꼴”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정 전 회장 등 포스코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된 이들을 모두 불구속 기소하는 어정쩡한 형태로 8개월 수사를 종결하는 모양새가 된다. 특히 이번 수사의 본류 중 하나였던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의혹’과 관련, 배임까지 하면서 성진지오텍에 특혜를 준 정 전 회장의 동기를 확인하기 위해선 구속수사가 불가피했는데도 이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때문에 검찰이 막판에 ‘영장 청구’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어쨌든 8개월을 끌어온 포스코 수사는 이번 주 정 전 회장 신병처리 방향 결정과 함께 사실상 종착역에 이를 전망이다. 검찰은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는 정 전 부회장과 배 전 회장은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측근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연루된 이병석(63)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선 “확인할 게 더 남아 있다”며 ‘분리 수사’ 방침을 정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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