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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3000km, 고속철 그물망 연결 추진… 반나절 생활권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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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3000km, 고속철 그물망 연결 추진… 반나절 생활권 눈앞

입력
2015.1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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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ㆍ러, 훈춘~블라디보스토크 합의… 北ㆍ中, 나진 거쳐 청진까지 논의

러, 극동 경제특구 개발도 박차

박 대통령, 남북~유럽 경제공동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통해

국제물류협력 전진기지 건설 공감대 새로운 성장의 축 자리매김 확실시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과 해상을 통한 신실크로드 전략) 및 차항출해(借港出海ㆍ항만을 빌려 동해로 진출)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3성 지역을 고속철도를 통해 그물망처럼 연결했다.

2011년 지린(吉林)성의 창춘(長春)~지린 노선 개통을 시작으로 내달 개통되는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다롄(大連) 노선까지 완공되면 5년 동안 진행된 7개 노선 구축작업이 모두 마무리된다.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동북 3성의 주요 도시를 촘촘히 연결한 고속철도는 교통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주민들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지난달 28일 옌지(延吉)역에서 단둥행 고속철도에 일행과 몸을 실었다. 기차는 17시간 걸리던 옌지에서 단둥까지 승객들을 가득 태우고 5시간 30분만에 주파했다. 8량으로 구성된 열차는 열마다 5개의 좌석을 갖추고 시속 200~300㎞로 달렸지만 흔들림이 거의 없다. 안정성과 속도가 우리 KTX못지 않았다. 2시간 걸리던 옌지에서 훈춘(琿春)까지도 고속철도는 40분만에 내달렸다. 북한의 동쪽과 서쪽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훈춘과 단둥에 주말만 되면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도 고속철도 영향이 컸다. 훈춘 노선의 경우 개통 한 달 만에 이용객이 100만명을 넘었고, 10월 초 국경절 연휴에는 22만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중국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하얼빈~치치하얼 노선의 경우 영하 40도에도 견딜 수 있는 차체를 활용하는 등 기술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9월20일 개통한 고속철도 훈춘역 전경. 중국의 변방인 훈춘까지 고속철도가 운행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9월20일 개통한 고속철도 훈춘역 전경. 중국의 변방인 훈춘까지 고속철도가 운행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국 훈춘(다리 오른쪽)의 취안허(圈河) 세관과 북한 나진ㆍ선봉(왼쪽)을 잇는 신두만강대교 건설현장. 지난달 26일 북ㆍ중간 월경을 가로막는 철조망 사이로 기존의 두만강대교(상판이 물결 표시처럼 보이는 다리) 바로 옆에서 한창 교각공사 중인 신두만강대교 현장이 보이고 있다. 나진ㆍ선봉 쪽에서 훈춘으로 연결되고 있는 신두만강대교는 내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국 훈춘(다리 오른쪽)의 취안허(圈河) 세관과 북한 나진ㆍ선봉(왼쪽)을 잇는 신두만강대교 건설현장. 지난달 26일 북ㆍ중간 월경을 가로막는 철조망 사이로 기존의 두만강대교(상판이 물결 표시처럼 보이는 다리) 바로 옆에서 한창 교각공사 중인 신두만강대교 현장이 보이고 있다. 나진ㆍ선봉 쪽에서 훈춘으로 연결되고 있는 신두만강대교는 내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국은 훈춘까지 연결된 고속철도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기로 지난 5월 러시아와 합의하고 기술적인 부문과 운영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동북 3성은 러시아와 3,000㎞ 이상의 국경에 25개 통상구가 자리잡고 있어 향후 고속철도를 매개로 한 양국 교류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특히 훈춘에서 나진을 거쳐 청진까지 고속철도를 놓는 방안도 북한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접경지역이 고속철도를 통해 반나절 생활권으로 편입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잡을 게 확실하다. 훈춘은 2012년 중국 최초로 국제협력 시범지구로 지정돼 150억 위안을 투자 받을 정도로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러시아도 중국에 질세라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그랜드 플랜’을 내놓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 극동개발부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해주 15개 주요 도시에 무관세 및 간소화된 통관 절차를 갖춘 자유항 제도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10월12일 푸틴 대통령 서명으로 공식 발효시켰다. 올 3월20일 발효된 극동 선도개발구역 법안도 러시아가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삼을 만큼 관심이 크다. 선도개발구역은 아시아태평양 주요 도시의 경제특구 또는 자유경제구역을 본떠 조세혜택과 규제완화를 기반으로 국내외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프로젝트는 중국과 한국, 북한 등 주변국들과의 협력과 투자유치를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1~2년 동안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 등 경제 관계 고위 인사들이 남북 양쪽을 번갈아 가며 잦은 방문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0년간 거주한 한 교민은 “러시아 전체가 워낙 경기침체에 시달리다 보니 극동개발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블라디보스토크 역 플랫폼에 줄지어 서있다. 러시아는 접경지역 개발을 위한 인프라 확대 차원에서 중국이나 북한으로 연결되는 철도 및 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달 23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블라디보스토크 역 플랫폼에 줄지어 서있다. 러시아는 접경지역 개발을 위한 인프라 확대 차원에서 중국이나 북한으로 연결되는 철도 및 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훈춘ㆍ단둥ㆍ블라디보스토크=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심층 기획 ‘개발 열풍, 북ㆍ중ㆍ러 접경을 가다’

<1>천지개벽하는 압록ㆍ두만강변

<2>100년 만의 부활 꿈꾸는 연해주

<3>대륙의 꼬리가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4>긴장과 기대 교차하는 두만강

<5>열리지 않은 개방다리, 신압록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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