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한영대학의 ‘학점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학기 내내 결석해도 학점과 학위를 줬다’는 학생들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4단독(판사 강효원)은 지난 4일 금품을 받고 학점을 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한영대학 스포츠건강관리학과 A교수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출석 및 학점 조작을 뒷받침하는 학생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학생은 “A교수의 수업에 개강일을 포함해 이틀을 빼놓고는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A~C학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학생은 “수강신청만 해놓고 학기 내내 수업을 듣지 않고 시험도 치르지 않았는데 B학점 이상 받았으며 그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법정 수업일수 4분의 3을 채우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박탈되고 낙제점을 받아야 하지만 F학점을 받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해당 학과의 이 같은 학점 퍼주기는 수년 동안 이뤄졌다.
감독자 없이 시험이 치러지거나 해당 과목 교수도 모르게 학과장이 임의로 시험문제를 만들어 치른 경우도 있었다. 증언에 나선 학생은 “A교수 과목의 시험을 제때 치르지 않았는데 학과장이 시험문제를 내주고 별도의 공간에서 감독자 없이 시험을 치르게 해줬다”고 진술했다. 학생이 쓰지도 않은 과제물이 다른 사람 필체로 작성돼 학교에 제출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학교를 잘 다니지 않아도 학점과 장학금을 주겠다’는 등으로 학생을 유인하며 불법 모집한 정황이 담긴 교수들 간의 대화록도 함께 공개됐다. 대화록에서 B학과장은 “교수님이 (F학점을) 때리면 이 애들이 단체로 나를 걸어.. 너는 학교를 안 와도 학점 준다 해놓고 (데려왔는데)... 이거 데모 해버리면 저는 사기죄로 걸려 들어가요”라고 말했다.
앞서 A교수는 2015년 1학기에 자신의 강의를 수강한 1·2학년생 55명 가운데 39명에게 무더기 F학점을 주고 해당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른바 ‘유령학생’이라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특히 부정하게 허위로 학점을 취득한 학생 중 상당수가 국가장학금까지 받고 학위를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폭로내용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조사 없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해왔고, 교육부도 감사를 요청한 A교수의 주장을 묵살하는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의혹을 키웠다.
학생들의 이번 법정 증언을 통해 학점조작 사실이 드러난 만큼 그동안 제기된 한영대학의 학위 장사 및 장학금 부정 수급 등 의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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