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19ㆍKB금융그룹)이 데뷔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오지현은 8일 부산 기장군 해운대비치 골프앤리조트(파72ㆍ6,591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ADT캡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기록, 합계 14언더파 202타로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공동 2위에 6타 앞선 그는 우승상금 1억 원을 손에 넣는 동시에 내년 투어 시드를 보장 받았다.
이날 오지현은 2년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하게 플레이했다. 3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아 공동 선두로 도약한 그는 7번홀(파3)에서 10m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고진영(20ㆍ넵스)을 제치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그는 8번홀(파4)과 9번홀(파4), 10번홀(파4) 등에서 버디쇼를 선보이며 승기를 잡았다. 이어 15번홀(파4)에서 5m 거리 버디를 낚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7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오지현은 2004년 초대 챔피언 최나연(28ㆍSK텔레콤)의 대회 최소타 기록(202타)과 타이를 이뤘다.
경기 후 오지현은 “고진영, 김예진 등 어렸을 때부터 함께 골프를 한 언니들과 경기를 해 좀 편안한 마음으로 한 것 같다”며 “생애 첫 우승을 고향인 부산에서 하게 돼 기쁘다. 얼떨떨하다. 지금도 실감도 안 난다.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언제 우승을 예감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10번홀에서 버디를 하는 순간 ‘뭔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물론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모르는 스포츠여서 ‘방심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남은 경기에 임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우승 후 아버지와 말 한 마디 못한 채 포옹만 했다”고 밝힌 오지현은 “우승상금은 당연히 부모님께 드릴 것이다. 다만 우승을 하면 여행은 가게 해 달라고 부모님과 약속을 했었다. 싱가포르에 가고 싶다. 거기에는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며 해맑게 웃었다. 그는 또 “이번 우승으로 오지현이라는 이름을 팬들에게 알렸다면 이제는 잊혀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전미정(33)
프로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없이 보기만 2개를 적어내 공동 4위(6언더파 210타)로 내려앉았다. 시즌 4승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지난 8월 MBNㆍ보그너여자오픈에서 처음 정상에 오른 하민송(19ㆍ롯데)은 이날 8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공동 2위(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대회를 마쳤다. 부산 출신 김보경(29ㆍ요진건설)도 버디 7개를 뽑아내며 하민송과 함께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장타여왕’ 박성현(22ㆍ넵스)은 최종합계 3언더파 213타로 공동 12위에 머물며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부산=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