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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에게 악몽같은 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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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에게 악몽같은 1주일

입력
2015.11.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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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에게 악몽과 같은 1주다.

생애 처음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렸던 앨범 '챗셔(CHAT-SHIRE)'가 뒤늦게 입방아에 오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보너스 트랙 '트웬티 스리(Twenty Three)'가 무단 샘플링 의혹에 빠지더니 수록곡 '제제'의 티저 영상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다섯살 아이 '제제'에서 착안된 동명의 노래는 컨셉트를 놓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아이유를 '롤리타 콤플렉스' '소아성애자'로 몰고 가는 쪽도 있다.

모든 게 1주 안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3일 무단 샘플링 의혹이 생길 때만 해도 "해당 부분은 편곡과정에서 작곡가가 구입한 보이스 샘플 중 하나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브리트니 스피어스 측에 연락을 취하겠다"는 소속사의 즉각 대응이 더 큰 화를 예방했다.

하지만 이틀 뒤 불거진 '제제' 논란은 상황이 달랐다. 이례적으로 소설의 판매책인 출판사가 먼저 불씨를 키웠다. 출판사 동녘은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섯 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앨범 재킷에서 '제제'가 망사스타킹을 입은 그림도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 평론가 허지웅은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문학은 해석하는 자의 자유와 역량 위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윤종신 역시 "나의 노래와 글에 대한 재해석은 창작 후 또 다른 쾌감이다. 오해·오역도 아니고 그만의 상상 그리고 자유다. 그의 머리 속을 지배할 순 없다"고 거들었다.

진중권 교수는 "문학에 대해 표준적 해석을 들이대는 것은 역사를 국정화하는 박근혜보다도 수준 떨어지는 행위"라며 "저자도 아니고 책 팔아먹는 이들이 뭔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나. 게다가 망사 스타킹이 어쩌구 자세가 어쩌구.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포르노 좀 적당히 봐라"고 일침을 가했다.

'제제' 컨셉트에 관해 아이유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앨범 발매 전에도 아이유는 "제제는 순수하면서도 잔인하다. 모순점을 많이 가진 캐릭터라서 매력 있고 섹시하다고 느꼈다. 다섯 살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성질을 말하는 것"이라며 소설 속 제제와 노래 속 제제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했다.

출판사의 거부 반응 다음 날인 6일에도 아이유는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쓰지 않았다. 가사 속 제제는 소설에서 모티브만 차용한 제3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두 차례 강조한 해명이지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이틀곡 '스물셋' 뮤직비디오에서 젖병을 물고 있는 장면까지 거론되며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초등학생 성범죄 피해를 그린 영화 '소원'의 소재원 작가는 8일 "예술에도 금기는 존재한다. 만약 내 순결한 작품을 누군가 예술이란 명분으로 금기된 성역으로 끌고 들어간다면 난 그를 저주할 것이다. 창작의 고통을 모르는 평론가 따위의 말장난이 더 화가 난다"고 날을 세웠다.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스물셋'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최용석(룸펜스) 감독은 답답한 마음에 장면별 의미와 촬영 당시 상황을 낱낱이 공개하기도 했다.

문제의 젖병 장면에 대해 최 감독은 "처음에는 물병을 들고 있었는데 '아이로 남고 싶어요'라는 가사를 잘 살리기 위해 젖병으로 바꾼 것"이라고 해명하는 촌극을 빚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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