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개막한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에 출전하는 김인식호의 최대 고민은 마운드다. 한국 야구는 프로 선수의 참가가 허용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부터 전통적으로 투수력을 앞세워 호성적을 거둬 왔다. 방콕아시안게임 때는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박찬호를 호출해 금메달을 차지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은 구대성이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제2회 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대회 때마다 경험 많은 국내ㆍ해외파 투수가 총출동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사정이 다르다. 류현진(LA 다저스)을 비롯해 오승환(한신), 임창용(삼성) 등 최고 투수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참가하지 못했다. 그나마 경험 있는 투수는 김광현(SK) 정도다.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정통파가 대거 빠진 가운데 김인식 감독은 ‘변칙’을 택했다. 아시아를 제외한 해외 선수들에게 다소 생소한 잠수함 투수를 4명이나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우규민(LG)과 이태양(NC), 심창민(삼성), 정대현(롯데)이다. 대표팀 발탁을 강력하게 희망했던 우규민은 쿠바와 2차 평가전에서 선발 등판했다가 타구에 오른손을 얻어맞고 강판 당했다. 다행히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본 대회에서 등판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규민은 올 시즌 11승9패에 평균자책점 3.42를 보였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로 잰 듯한 제구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태양은 김 감독이 ‘비밀 병기’로 점 찍었다. 올 시즌 10승을 올린 이태양은 선발과 불펜 모두 활용도가 높은 자원으로 지난 5일 쿠바와 슈퍼시리즈 2차 평가전에서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공 15개를 던지며 퍼펙트, 무실점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심창민은 올시즌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오히려 국제 무대에서는 통할 것으로 김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는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잠수함 부대의 화룡점정은 정대현이다. 정대현은 대표팀에서 국제 대회 경험이 가장 많은 베테랑이자, 한국 야구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운드를 지킨 주인공이다. 특히 베이징올림픽 쿠바와 결승전 9회 1사 만루 역전 위기에서 구원 등판해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병살타로 처리하고 대표팀의 9전 전승 신화의 대미를 장식한 히어로였다. 사실상 마지막 태극마크가 유력한 정대현은 쿠바와 2차 평가전에서도 1이닝 2탈삼진 퍼펙트로 명불허전의 ‘국제용’임을 입증했다.
역대 가장 많은 잠수함 투수가 포함된 이번 대표팀의 성패 역시 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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