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국제식량가격, 39개월래 최고 급등

지난달 세계 식량가격지수 상승폭이 3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 유지(油脂), 유제품 가격 급등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는데, 수십년 만에 닥친 최악의 엘니뇨(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수온이 평년보다 높은 현상)에서 비롯된 각종 기상 이변이 본격적으로 식량가격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식량가격지수는 162포인트로 9월(155.9포인트)보다 3.9% 상승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12년 7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전세계 23개 농산물의 가격 동향을 반영하는 지수로, 2002~2004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삼아 산정된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2009년 평균 160.3을 기록하다 2010년 188.0, 2011년 229.9로 급등했고, 2012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계속 200을 넘어서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오르는 것) 현상을 보였다. 이후 지수는 계속 하락하다 올해 8월 155.0으로 바닥을 찍은 뒤, 엘니뇨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서서히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FAO 식량가격지수에서 가장 크게 오른 품목은 설탕(17.2%)이었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브라질의 중남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사탕수수 작황에 악영향을 준 결과다. 유지류(지방이 주성분인 식품) 가격도 전달보다 6.2% 올랐는데, 이 역시 엘니뇨로 동남아시아 팜유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제품 가격 역시 뉴질랜드의 생산량 감소 우려에 한달 만에 9.4% 급등했다.
엘니뇨가 식량 작황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연말 이후 식량가격 불안정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맥쿼리 그룹 분석가인 다리나 코발스카는 블룸버그에 “동남아시아는 계속 가뭄이었고, 호주 역시 가뭄 피해 우려가 크다”며 “이런 현상은 모두 엘니뇨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압돌리자 아바시안 FAO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가격이 더 오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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