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제주도 전시행정, '소나무 재선충병' 키웠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제주도 전시행정, '소나무 재선충병' 키웠다

입력
2015.11.08 09:46
0 0

제주도가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 방제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했지만 대규모 확산이 이어져 전시행정 논란에 휩싸였다. 맞춤형 방제 계획을 세워야 했던 제주도청이 이를 소홀히 관리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관광메카' 제주도가 재선충으로 황폐화 되고 있어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허술한 대응, 소나무 집단 고사로 이어져

재선충병이 제주에서 발견된 것은 2004년으로 본격적인 확산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대대적인 방제 작업이 진행됐지만 재선충병 감염률이 50%에 달하는 지역이 생길만큼 피해가 막대한 실정이다.

제주도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에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매년 소나무 30만 그루 이상의 재선충 신규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대책본부에 따르면 3차 방제기간인 내년 4월까지 제거해야 할 고사목 발생량을 정밀 조사한 결과 35만 그루로 나타났다. 이는 제주도가 예상했던 29만그루보다 6만그루나 증가한 수치다. 제주도 차원에서 실시한 재선충병 방제사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특히 방제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될 담당 공무원들의 관리?감독 체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재선충병 방제과정에서 사업비 1억원을 빼돌린 업자를 비롯해 도청 간부(현재 퇴임)가 허위공문서를 작성해주는 등의 혐의를 받고 관련자들이 입건되기도 했다.

공무원의 경우 예산집행 기준을 위반한 이면계약을 진행하고 관리 감독 담당이 차를 타고 산을 둘러보는 정도에 그쳤다고 제주지방경찰청은 설명했다. 주민들이 재선충 소나무를 발견해 신고를 해도 조사조차 검토하지 않는 등 방제사업의 의지가 없었던 셈이다.

서귀포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가 있어 두 달 전 행정기관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재선충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행정기관에 신고해도 반응하지 않는 등 담당 공무원들의 무관심이 재선충을 키운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도 재선충 방제사업은 도청에서 총괄하고 있고, 시와 읍‧면사무소에서도 신고를 접수하고 자체적으로 방제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 도청 "관리 소홀 인정…제주도만의 방제 진행할 것"

제주도의 재선충이 확산일로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주도청은 최근 방제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예산절감을 위해 친환경 자원을 사용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더불어 자체 방제를 통해 한라산국립공원 등 문화재보호구역까지 재선충병이 퍼지는 것을 막겠다고 했지만 이미 다수의 보호구역까지 재선충 고사목이 발생하고 있다.

최종 3단계로 이뤄질 방제사업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제주도는 내년 8월까지 고사목 30여만 그루를 제거함과 동시에 항공?페로몬?나무 주사 등의 방제 형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확산 방지가 아닌 감염 고사목 제거에만 나서는 제주도의 방제 정책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적정 시기에 투입하지 않은 예산 집행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피해목을 관리하기 위한 감시체계 등도 방제사업 추진상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꼽힌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의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를 비롯해 제주에 제대로 된 컨트롤 타위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라도 전문 인력과 예산 확대를 통해 제주만의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야 소나무 고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내부에서도 자성의 과정을 거쳐 제주만의 맞춤 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진행된 제334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폐회사에서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은 "재선충 예산을 포함한 전체 예산 운용에 문제가 있었다"며 "특히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 발생량 예측 실패에 따른 재선충병 확산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관련 공무원들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의 한 관계자는 "2004년 재선충병이 처음 발견된 이후 급속도로 확산된 계기는 고온 건조한 기후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며 "초기에는 관리 감독이 가능한 정도의 규모 였기에 담당 공무원 등 도청 차원에서의 대응이 소홀했던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기도 등 일부 내륙지역과 달리 제주도는 특유의 자연 환경으로 인해 재선충병의 감염 속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산림청의 메뉴얼대로 방제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이러한 조건이 발생함에 따라, 연구 용역 등을 통해 제주도만의 방제 작업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