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와 액션 영화의 단골 주연은 남자다. 싸우고 추격하고 복수하는 등 대부분이 몸을 이용해 연기해야 하는 탓에 여배우보다는 남자배우가 이들 장르를 장악해왔다.
올 하반기 개봉했거나 선보일 예정인 한국영화는 남자들 차지다. 남-남 파트너를 이뤄 사건을 해결하거나 선과 악으로 만나 한판 대결을 펼치는 수컷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채우고 있다.
11월 개봉하는 영화 ‘내부자들’과 ‘검은 사제들’도 ‘남남 케미’로 관객의 눈을 자극한다. ‘내부자들’(19일 개봉)은 온갖 스캔들에도 연기력 하나만큼은 “역시”라는 찬사를 듣는 이병헌(46)이 복수를 꿈꾸는 깡패로 나온다. 1,000만 영화 ‘암살’에 이어 ‘내부자들’에서도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검사로 조승우(36)가 열연한다. 두 사람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으로 재벌가-정치계-언론계의 커넥션을 파헤치며 권력가들과 속 시원한 한판 대결을 펼친다. 어색하지 않은 사투리 억양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두 사람은 액션, 심리전, 두뇌게임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관객들의 심장을 조여온다.
연신 “씨X”, “이 새X” 등으로 입이 거친 검사 우장훈(조승우)와 “나하고 영화 하나 할까?”라며 검은 뒷거래를 폭로하려는 오상구(이병헌)의 연기는 죽이 잘 맞는다. 실제로 열 살 차이의 두 사람이지만 나이를 잊은 연기 호흡은 ‘내부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에 맞닥뜨린 두 신부의 이야기는 고전영화 ‘엑소시스트’를 떠올린다. 악령과 싸우는 ‘엑소시스트’의 노신부 메린(막스 본 시도우)처럼 김윤석과 강동원도 목숨을 내놓은 예식에 나선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이름도 없다. 그저 김신부(김윤석)와 사제를 보좌하는 최부제(강동원)일 뿐이다. 6년 전 영화 ‘전우치’에서 도술을 부리는 전우치(강동원)와 화담(김윤석)으로 쫓고 쫓기던 관계였던 두 사람은 ‘검은 사제들’에선 제법 진지해졌다.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와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며 모두의 기피대상이 된 신학생 최부제의 ‘케미’는 다소 심각해질 수 있는 영화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하지마”라는 단호한 명령조의 김윤석과 “뭐가 있긴 있는 겁니까?”라며 시종일관 의심을 품는 강동원의 티격태격 대화들이 그렇다. ‘전우치’로 한 번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의 ‘케미’는 영화 속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그놈이다’와 ‘성난 변호사’도 ‘남남 케미’가 돋보인다. ‘그놈이다’는 선과 악으로 만난 주원과 유해진의 연기가 압권이다. 여동생의 죽음을 캐는 오빠 장우(주원)와 의심스러운 행동들로 용의선상에 오른 민약국(유해진)은 미묘한 심리전을 펼치며 한 치의 양보 없는 연기로 관객들을 숨막히게 한다.
이선균과 임원희는 영화 ‘성난 변호사’에서 코믹한 ‘케미’로 재미를 책임진다. 여대생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변호하며 승소를 챙기려는 변호사 변호성(이선균)과 그를 돕는 박사무장(임원희)의 조화는 영화 내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휴대폰 업체의 직원을 회유해 용의자의 휴대폰을 해킹하려고 특전사 출신임을 이용하는 박사무장과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변호성의 코믹한 장면은 영화를 지루할 틈 없이 만든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