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제제' 논란이 좀처럼 진정 국면으로 바뀌지 못하고 있다. 아이유와 소속사의 해명에도 오히려 묘한 방향으로 화살이 쏠리고 있다.
아이유는 6일 신곡 '제제'의 컨셉트 논란에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브만을 차용한 제3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아이유는 앨범 '챗셔'를 발매하기 직전에도 소설 속 제제와 노래 속 제제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했다. "제제는 순수하면서도 잔인하다. 모순점을 많이 가진 캐릭터라서 굉장히 매력있게 봤다. 다섯살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갖고 있는 성질이 참 섹시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모티브만을 차용한 제3의 인물이라고 두 차례 강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노래 제목이 소설 속 이름과 같은 '제제'였기 때문인지 '혼동'의 시선은 공격적 성향으로 이어졌다.
소설책 출판사가 이례적으로 먼저 총구를 겨눴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출판사 동녘은 5일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섯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앨범 재킷에서 '제제'가 망사스타킹을 입은 그림도 문제 삼았다.
그러자 평론가 허지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문학은 해석하는 자의 자유와 역량 위에서 시시각각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다. 제제는 출판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후 아이유의 해명이 한 번 더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영화 '소원'의 소재원 작가가 발끈했다. 그는 "예술에도 금기는 존재한다. 만약 내 순결한 작품을 누군가 예술이란 명분으로 금기된 성역으로 끌고 들어간다면 난 그를 저주할 것이다. 최후의 보류는 지켜져야 예술은 예술로 남을 수 있다"고 몰아붙였다.
더 나아가 출판사의 지적을 경계했던 허지웅 평론가를 겨냥한듯 "창작의 고통을 모르는 평론가 따위의 말장난이 더 화가 난다"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소 씨의 말이 주목을 받은 건 '제제' 논란이 아이유의 '롤리타 콤플렉스'로 이어진 탓이다. 소 씨가 쓴 '소원'은 성범죄 피해자인 초등학생 여 주인공과 그의 가족들의 고통을 담았다.
노래 '제제'의 앨범 이미지에 망사스타킹이 등장하고, 앨범의 다른 곡 '스물셋' 뮤직비디오에 아이유가 젖병을 물고 있는 장면 때문이다. 일부에선 아이유를 소아성애자로 몰고 가며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화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단면이다.
또 다양한 해석에 익숙하지 못한 풍토를 재확인 시켜준 사례로 남게 됐다. 아무리 제3의 인물로 탄생시켰다고 해도 그 말은 통하지 않고 있다.
한 작품이 오직 작가의 의도에만 매달려야 하는 지, 새로운 해석이 비판을 넘어서 비난으로 이어져하는지, 이 과정에서 누군가를 롤리타 콤플렉스로 해석하는 건 더 위험한 일이 아닌 지는 물음표로 남겨졌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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