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초면에 나이를 묻고 선후배 여부를 확인한다. 직업이 무엇인지 어디 사는지 등 소위 호구 조사를 하는 일이 흔하다. 이러한 질문은 영어 환경에서는 민감한 문제다. ‘What do you do for a living?’이라고 물어본다면 이는 출입국 영사의 ‘직업은 무엇이냐’는 것처럼 들릴 수 있고 뭐해 먹고 사느냐는 질문 자체가 polite 매너와 거리가 멀다. 이런 경우 아무리 예절 바른 어구로 질문을 해도 정중함은 사라진다. 특히 미국인은 초면에 ‘How much money do you make?’ ‘Is what you do significant?’ ‘Do we have anything in common?’같은 질문을 꺼린다.
‘정중한 표현’으로 배우는 ‘Would you tell me~?’나 ‘Could you tell me~?’라고 물어도 달가운 질문은 아니다. ‘Would you like to dance with me?’보다는 ‘May I have this dance?’라고 묻는 것이 더 정중하고 예절 바른 표현이다. 따라서 질문 자체가 사적인 경우 ‘질문의 방법과 내용’을 변경하여 이를 개선해야 한다. 가령 ‘So, what kind of work do you do?’ 라고 묻거나 ‘What company do you work for?’(어떤 일 하세요?) ‘Who do you work for?’(어느 회사에 계세요?) 등은 듣기에도 거부감이 적다. 이들은‘당신 직업이 뭐냐’는 직설적 질문 ‘What’s your occupation?’ ‘What do you do?’보다는 덜 공격적이다. 아예 ‘I’d be interested to hear about what you do’처럼 질문보다는 서술형으로 말하여 상대가 말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들 표현 방식은 ‘Would you tell me where you work?’같은 질문보다 낫다.
대답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내가 위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I work as a teacher’라고 말하면 되고 ‘I’m a college student’ ‘I’m a chemical engineer’ ‘She is a fashion designer’ 모두 좋은 응답이다. ‘I’m on the project planning side’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구체적 직책이나 업무보다는 직업의 분야를 말하는 것이다. 어느 교포는 ‘What are you?’라고 질문했더니 상대가 ‘I’m a Christian, I’m a Republican, and I am a free thinker’라고 줄줄이 응답했다고 한다. ‘What are you?’ 질문은 ‘거기서 당신은 무얼 하느냐, 직책이 무어냐’는 질문이므로 직업보다는 정체성이나 직책을 얘기할 때 쓰인다. ‘A: I am in the PR division. B: Oh, what are you? A: I’m head of the planning services’처럼 쓰인다. 서양인들은 ‘You are not your job’ ‘You are not the car you drive’라고 곧잘 말한다. 직업이나 소유 차량으로 판단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그런 질문도 꺼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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