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간단하게 됩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정부의 규제개혁 현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제정부 법제처장을 향해 이 같이 말했다. 청와대에서 네 번째 규제개혁 장관회의ㆍ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다. 제 처장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말로 넘기려 하지 말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제대로 하라’는 뼈 있는 경고를 정부 전체를 향해 보낸 것이다. 국무위원들과 기업 대표를 비롯해 회의 참석자 150여 명 사이에선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고 한 인사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 내내 특유의 깐깐한 화법으로 규제개혁의 속도전을 강조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인증제도 혁신이 일회성에 그치면 안 된다고 꼬집으면서 박 대통령은 “이런 것은 내버려두면 잡초같이 계속 자라기 때문에 두드려 보고 계속 뽑아낼 것은 뽑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신산업 분야의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아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 가슴을 칠 일이다”,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를 여기서는 신주단지 같이 붙들고 있으면 안 된다 ”, “인증제도의 틀이 안 바뀌니까 (기업들이) 애를 써도 용을 써도 안 된다” 등의 발언으로 화끈한 규제개혁을 역설했다.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개최할 때마다 규제개혁이라는 것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의 지속적 노력도 당부했다.
이날 회의장에는 쌍벌귀뚜라미와 누에 등 식용 곤충으로 만든 과자가 등장했다. 식품 관련 규제 개혁의 미비점을 설명하기 위해 참석한 업체 대표가 참석자들의 준비한 간식이었다. 곤충 과자는 회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동이 났다. 박 대통령은 “맛이 어땠느냐”, “무슨 곤충으로 만든 것이냐” 등의 질문으로 관심을 보였다. 또 “곤충은 미래의 대안 식량으로 얘기되고 있다”면서 “곤충 산업이 발전한 나라의 국민들도 안전하게 곤충 식품을 먹고 있어 안정성이 입증된 만큼, 일반식품 원료로 등재하기 위한 규제를 다 풀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인증제도가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고구마 돈가스’를 예로 들었다. 박 대통령은 “고구마가 들어간 돈가스를 개발했는데 (고기와 별도로 고구마에 대한 식품 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해 제품화를 포기한 사례, 또 의자에 대해 정부가 색깔 별로 인증을 요구해 디자인 개발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지난해 폐지하기로 한 인증제 45개 중 36개를 남겨둔 것을 거론하면서 “꼭 필요한 것이냐”, “남긴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냐”고 여러 차례 묻기도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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