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축구계는‘은퇴 풍년’이다. 7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차두리(35ㆍFC 서울)가 공식 은퇴식을 가진다. 한국 축구의 풍운아였던 이천수(34ㆍ인천 유나이티드) 역시 5일 그라운드를 떠난다고 밝혔다. 이천수는 8일 공식 은퇴한 뒤 해설자로 변신한다. 설기현(36) 성균관대 감독 역시 지난달 13일 한국-자메이카 친선경기 하프타임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이들 모두 한국 축구에 한 획을 그었던 레전드였던 만큼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러나 떠난 이후에도 박수를 받을 것이냐, 이는 종목을 불문하고 모든 스포츠인들의 고민이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4강 주역들 역시 마찬가지다. 은퇴 이후의 삶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여줄‘제2의 축구 인생’ 역시 축구팬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앞서 은퇴한 태극전사들 중 축구 ‘이모작’에 성공한 이들도 있다. 최근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황선홍(47)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스타 출신으로는 드물게 명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황 감독은 2012년 FA컵 우승과 2013년 FA컵 우승ㆍK리그 클래식 우승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냈다. 정상을 맛 본 황 감독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더 나은 축구’를 고민하기 위해서다. 늦깎이 국가대표였던 최진철(44) 전 U-17(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축구 전임 지도자로 묵묵히 걸어왔고, 지난달 2015년 U-17 칠레월드컵에서 ‘무실점 16강 진출’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이영표(38) 안정환(39)은 축구 해설위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박지성(34)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앰배서더’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이제 2002년 한ㆍ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김병지(45) 현영민(36ㆍ전남 드래곤즈) 김남일(38ㆍ교토상가 FC)이 유일하다.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세대가 모두 은퇴하는 날도 머지 않은 셈이다. 축구계는 이들의 여생이 한국 축구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한국 축구가 진일보하는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였던 만큼 선진 축구, 현대 축구를 한국 축구에 접목하는 ‘용접공’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2002년 4강 신화 이후 많은 아이들이 축구로 미래를 그린다. 하지만 K리그 선수들은 여전히 밥벌이를 걱정하는 실정”이라면서 “그 나라의 리그가 발전해야 그 나라의 축구가 발전한다는 대명제가 있듯이, 2002 월드컵 4강 주역들이 리그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명멸해 갔다. 은퇴 이후의 삶으로 팬들에게 상처를 준 스타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은퇴 이후의 삶은 마라톤이다. 이미 지나간 현역 시절은 완벽히 있고, 새롭게 태어나 다시 평가 받아야 하는 것이 이들의 숙제”라고 조언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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