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새로운 면세점 개념을 제시했다. 쇼핑 일변도에서 벗어나 볼거리로 가득 찬 일명 ‘콘텐츠 면세점’이다.
6일 신세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5일 대졸 신입사원들의 연수캠프에서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슷한 면세점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오직 신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놀랄만한 콘텐츠로 가득 찬,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면세점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지난 7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 허가 때 신청을 했으나 고배를 마셨고, 올해 말 만료되는 서울과 부산 시내 면세점들에 대한 사업권 재허가 신청을 통해 재도전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콘텐츠 면세점의 개념에 대해 “해외 비즈니스맨들이 신세계 면세점을 방문했을 때 사업적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정 부회장은 ‘신세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기존 할인점의 한계를 뛰어넘은 이마트타운,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L}의 지평을 넓혀준 피코크처럼 신세계만의 콘텐츠를 만들자는 뜻이다.
신세계는 서울 남대문 일대를 관광 명소로 만들고 인근 상권과 상생을 기본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과 인근 메사빌딩 2개 건물을 활용해 연면적 3만3,400㎡규모의 시내면세점을 지을 계획이다. 또 한국은행 앞 분수대를 서울판 ‘트래비 분수’로 새 단장해 서울 도심 관광벨트로 묶겠다는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가 만들면 뭔가 새롭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면 굳이 값비싼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세계 곳곳에서 신세계 브랜드에 열광할 것”이라며 “앞으로 신세계는 새로운 룰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하는 일류기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허가 당시 적극 나섰던 김승연 한화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다른 기업의 오너들과 달리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를 염두에 두고 이번 재도전에서는 적극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은 올해 하반기 특허가 만료되는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 신세계 부산면세점 등 4곳의 후속 사업자를 14일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3곳에 롯데와 SK, 신세계와 두산이 각각 신청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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