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명에 달하는 정치인, 기업가,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법정에 선다. 마피아와 결탁한 관리들이 이탈리아 로마시의 각종 이권 사업들을 장악해 국민의 세금 수백만 유로를 강탈했던 ‘20세기 이후 이탈리아 최대 조직범죄’를 소탕하는 작전인 이른바 ‘마피아 캐피탈’의 마지막 장이 오른 것이다.
5일 영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로마 지방법원에서 극우 마피아 조직 ‘마글리아나’의 두목 마시모 카르미나티(57)의 주도 아래 로마시의 도로, 난민수용시설, 쓰레기처리 시설 등에 투입돼야 할 공적 자금을 수년 동안 가로채온 피고인 101명 중 핵심 인물 46명에 대한 첫 공판이 진행됐다. 기아니 알레마노 전 로마 시장 재임 당시 시청 공무원들과 결탁하며 로마시를 파산으로 몰아간 카르미나티의 행적은 지난해 이그나치오 마리노 현 로마시장의 증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마피아와 전쟁을 진행중인 이탈리아 검찰이 무려 3만6,000시간 분량의 통화 녹음 내역을 샅샅이 뒤져 증거를 확보한 후 공무원과 기업인들에 대한 역사적인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100여명의 관리와 기업인들이 연루돼 돈이 되는 시 사업 대부분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이탈리아와 유럽 전 언론들이 이 재판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외눈의 로마 해적’으로 불리는 마글리아나 마피아 두목 카르미나티가 사건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카르미나티는 1980년대 저지른 두 건의 살인으로 이미 10년째 복역 중으로 85명의 생명을 앗아간 1980년 볼로냐 기차역 폭탄 테러의 배후로도 지목되어온 인물이다. 경찰과의 총격전으로 한 쪽 눈을 잃어 외눈 해적이란 별명이 붙은 그는 로마시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네오 파시스트 마피아로 악명 높다.
카르미나티와 오랜 세월 그의 오른 팔 역할을 해온 마글리아나의 부두목인 살바토레 부치는 모두 복역 중으로 현재 진행 중인 공판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다. 교정시설에 마련된 비디오 장비를 통해 재판에 참여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마피아 조직과의 연루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검찰은 “카르미나티가 이권을 얻는 대가로 공무원들에게 현금이 두둑이 든 봉투를 전해왔다는 결정적인 증언을 확보하고 있다”고 범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살바토레 부치가 피고인 중 한 명과 통화한 내역엔 “난민수용시설을 이용하면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라며 “마약밀매 정도는 껌 값이다”고 떠버린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변호인단은 가중처벌을 우려해 “카르미나티는 마피아가 아닌데 자꾸 그의 이름이 자꾸 마피아, 마약 등 이상한 단어들과 엮이는 게 억울하다”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의 충분한 증거 확보에도 불구하고 마피아와 정계의 뿌리 깊은 유착으로 인해 5일 첫 공판이 열린 ‘마피아 캐피털’관련 재판은 최소한 내년 7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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