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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되는 청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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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되는 청춘은 없다”

입력
2015.11.0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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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309동1201호 지음

은행나무 발행ㆍ244쪽ㆍ1만2,000원

“대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괴물이다. (중략) 대학은 스스로에게 숭고함과 신성함이라는 환상을 덧입히는 동시에 그 어느 집단보다도 기민하게 자본의 논리에 영합해왔다. 대학은 그 어느 기업보다 노동권의 치외법권 지대에 있다.”

2014년 10월부터 인터넷에서 연재된, 자신의 집주소 ‘309동 1201호’를 필명으로 사용한 서른네 살 지방대 시간강사의 이야기다. 그가 묘사하는 대학의 현실은 어둡기 짝이 없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대학원생과 시간강사를 착취한다. 교수는 대학원생의 처지에 무관심하고,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도 서열 가리기와 눈치보기 전쟁이 벌어진다. 어렵사리 졸업하고 시간강사가 돼도 강의 외 준비시간은 노동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저자는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서 주 3일 월 60시간을 일해 건강보험 가입자격을 얻는다. 그는 “오히려 패스트푸드점에 (대학에는 없는) 노동자를 위한 매뉴얼이 있다”고 지적한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인터넷 연재 때부터 같은 처지의 ‘지방시’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글이 유명해진 후에 연재된 2부는 강사로서 학부생을 가르쳤던 강의 이야기인데, 사회비판이 덜해 화제는 되지 못했지만 글에 담긴 진심은 더 절절하다. 저자는 “대학교에서 나를 구원한 것은 학생들과의 만남이었다”고 고백한다. 강의를 통해 학생들과 대화하며 자신을 반성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인문학’의 현장을 체험했다고 그는 밝힌다.

저자는 책을 통해 조교와 시간강사로 대학에 청춘을 바친 자신의 아픔을 되새기고, 강의실의 학생들을 대하듯 ‘헬조선’에서 버텨내는 동시대의 모든 청춘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아파도 되는 청춘은 없으니 모두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이처럼 아팠음을 기억하고 바꿔나갈 수 있기를.”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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