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무덤 1위… 다시 불안 확산
전국 미분양의 13% 용인에 몰려 있는데
4분기에만 1만5,000가구 또 분양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미분양 무덤’이라고 치면 유일하게 자동으로 따라붙는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용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용인은 독보적인 미분양 1위 지역인 탓이지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3만2,524가구인데요, 용인시(4,247가구)에만 무려 13%가 몰려 있습니다. 한 도시에 미분양 아파트가 4,000가구 이상인 곳은 용인이 유일합니다. 미분양 2위 지역(인천ㆍ2,764가구), 3위 지역(화성ㆍ2,285가구)과도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용인 자체만 보더라도 위태위태합니다. 미분양이 작년 말(3,476가구)보다 1,000가구 가까이 늘었습니다. 게다가 악성 미분양, 그러니까 아파트를 다 짓고도 빈방으로 남아 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2,784가구나 됩니다. 이중 81%는 전용면적 84㎡ 이상인 중대형에 몰려 있습니다.

용인이 이렇게 된 데는 금융위기가 컸습니다. 2006년 판교 신도시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인근 지역이 후광효과를 입게 됐고 용인지역도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으로 들썩였습니다. 그러면서 2007~2008년 2만6,000가구가 중대형 위주로 공급됐는데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시기를 잘 타지도 못했고, 미래 예측(대형보다 중소형 아파트가 더 인기를 끌 것이라는)에도 실패한 것이지요.
이때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쌓인 미분양을 처분하려고 지금도 건설사들은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중도금과 잔금 대출 이자 부담, 취득세 대신 납부, 발코니 무료 확장 등은 기본이고, 자동차 증정에다 기존 분양가의 40%까지 깎아 주겠다는 곳까지, 새 주인을 모시기 위한 건설사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아파트를 다 짓고도 못 팔면 건설사들은 빈 방에 들어가는 각종 관리ㆍ금융 비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손을 털고 싶은 것이지요.
이처럼 ‘아파트를 제발 사 달라’는 현수막이 제일 많은 이곳 용인에 올 들어 또 다른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분양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이죠. 상반기에 1만1,000가구가 분양된 데 이어 4분기에만 1만5,000가구가 용인에 쏟아질 거라고 합니다. 특히 가장 공격적인 곳은 A사인데요. 이곳에 6,725가구 대규모 단지를 짓는데, 몇 년의 시차도 두지 않고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세 차례에 걸쳐 전 가구를 분양했습니다. 분양가도 3.3㎡당 799만원으로 10년 전 수준이라고 합니다. 고분양가 분위기에 젖어 무리수를 두기 보다는 분양 붐이 꺼지기 전에 싼값에 다 파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10월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한 청약 결과 총 6,65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 3,058명이 몰리며 2순위 내 마감을 했습니다. 평균 경쟁률이 2대 1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순위 내 마감했다는 사실에 건설사는 매우 고무돼 있습니다. 그런데 청약통장을 쓴 건 용인 시민들보다 용인 외 수도권 광역 수요(81%)가 훨씬 많았습니다. 현장 견본주택에서도 실수요자보다는 웃돈을 노린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사람들보다는 팔고 빠질 사람, 조건이 맞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할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요즘 용인에 분양하는 단지들은 과거 실패를 거울 삼아 중소형 면적 위주, 합리적 가격으로 실수요자에게 다가간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몇 년 째 불이 꺼져 있는 집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다시 과잉공급과 미분양 급증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까닭에 용인 지역의 분양 성적을 업계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올해 용인에 퍼부어진 2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다시 미분양으로 전락한다면 용인은 정말 ‘아파트 공동묘지’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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