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실무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硏에 맡겨
강제력 떨어지는 데다 조사 결과 신뢰성도 우려
혈세 7조원을 쏟아 붓고도 병영생활관(내무반) 현대화 사업을 70~80% 밖에 마무리 하지 못해 예산 방만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국방부에 대해 재정당국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군 장병 열 명 중 두 세 명이 여전히 내무반 마룻바닥에서 지내고 있는 원인을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 등 강도 높은 조사가 아닌데다, 실무를 맡게 된 한국국방연구원(국방연)이 국방부 산하기관이어서 향후 조사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국방연에 ‘병영생활관 및 군 관사 사업’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이에 따라 국방연구원은 최근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의 진척도와 예산 집행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시작했다.
당초 국방부는 2012년까지 기존의 침상형(1인당 2.3㎡) 병형생활관을 침대형(1인당 6.3㎡)으로 100% 전환하겠다며 2003년부터 9년간 총 6조8,0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배정된 예산을 다 쓴 2012년 이후로도 사업을 끝내지 못해 매년 기재부에 추가 예산을 요구해왔다. 국방부는 2012년 ‘연내 사업 발주를 완료하겠다’며 보도자료까지 뿌린 바 있지만 현재 사업 진척률은 70~80%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침대형 전환을 마무리한 공군, 해군과 달리 육군만 유독 진척률이 낮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용역을 국방연이 담당한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연은 국방부가 예산을 책정하는 것은 물론, 당연직 이사장인 국방부 차관이 인사권까지 쥐고 있는 국방부 직속 산하기관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그런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외부인 접근이 제한된 군 부대의 특수성과, 조사에 군의 협력이 필요한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의혹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연구 용역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나 수사가 아닌 연구 수준으로는 가장 핵심적 정보가 담긴 회계장부 열람 등 강제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예산 소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생긴 정책 실패이고, 심하면 비리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어 연구 용역만 해서는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일이 될 수 있다”면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의혹과 관련, 국방부는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전략상 부대를 옮겨야 할 때가 많아 신형 생활관을 여러 번 짓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기재부측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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