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자로 나선 젱 마이클 송-리처드 던컨
위안화 국제화 가능성 두고도 다른 진단
‘닥터 둠’ 파버 “통화완화 경쟁은 재앙”
윤창현 “중국경제, 질주 멈추고 한숨 돌릴 때”
‘지난 8월 세계 금융시장을 동요시켰던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의 배경은 무엇인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목전에 둔 위안화는 과연 달러화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부상할 수 있을까.’
5일 오전 ‘위안화 정책과 글로벌 경제의 파장’을 주제로 진행된 차이나포럼의 첫 번째 세션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핫이슈’인 중국 외환정책을 정면으로 다뤘다. 논의는 참가자 면면만큼 날카롭고 치열했다. 포럼 기조연설자이자 국내 대표 중국통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세션에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달러의 위기’로 유명한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던컨과 중화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인 젱 마이클 송 홍콩 중문대 교수가 각각 발제를 맡았고, 아시아 지역 투자의 최고 권위자인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과 국내 대표 금융부문 싱크탱크인 금융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두 발제자는 현안마다 첨예하게 엇갈리는 진단과 전망을 내놓으며 세션을 뜨겁게 달궜다. 송 교수는 중국 경제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8월 위안화 절하를 중국 당국의 수출경기 부양책으로 보는 시각과는 분명히 거리를 뒀다. 그의 진단은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에 앞서 금융시장 리스크를 조정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중국은 정부가 이끄는 시장과 민간 시장으로 나뉜 ‘이중경제’ 구조”라고 분석한 그는 정부가 고금리로 민간시장 자금을 끌어와 국영기업,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기존 성장방식이 정부 비효율에 따른 자본수익률 저하로 한계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금리도 낮아지면서 민간자본의 대규모 해외유출이 우려되자 당국이 취한 선제적 조치가 위안화 절하라는 것이다. 그는 위안화 국제화 가능성에 대해선 “중국 경제력 발전에 따른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낙관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던컨은 “위안화 절하 조치는 중국에 있어 위안화 국제화가 경기 부양에 비해 부차적 목표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란 입장이다. 갑작스럽게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는 절하폭을 줄이려 시장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시장으로부터 위안화 국제화 의지를 의심받게 됐지만, 중국 입장에선 수출 부진, 과잉투자 등 악조건 속에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였다는 것이다. 그는 한발 나아가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얻은 것은 미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하면서 화폐를 대량 발행했기 때문”이라며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따르기 쉽지 않다”며 위안화 국제화에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닥터 둠(doomㆍ파멸)’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파버 회장이 가세한 토론은 대가들의 통찰로 빛나는 향연이었다. 첫 발언부터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로 보건대 중국 성장률은 아무리 높게 쳐도 4%를 넘지 않는다”며 중국 통계조작 의혹에 ‘돌직구’를 날린 파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300년 자본주의 역사에서 유례없을 만큼 과다한 통화팽창 정책을 구사하며 위기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일본 등 선진국까지 가세한 글로벌 통화전쟁(경쟁적 통화완화) 추세에 대해서도 “완전한 재앙이며 전 세계를 부도나게 할 것”이라며 “과거 독일 일본 스위스 등 제조업 강국 사례에서 보듯 통화가치가 높을 때 오히려 국가 경쟁력이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중국 경제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위안화 절하 조치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마라토너는 너무 빨리 달리면 안된다. 중국 경제는 이제 과거의 전력질주를 멈추고 한숨 돌릴 때”라며 위안화 추가 절하 등에 있어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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