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풍부한 전나무 잣나무 숲
30년 만에 지난 7월 일반에 개방
자연 속 명상하며 스트레스 해소
천연 폭포 물소리와 새소리 체험도
매달 20일에 인터넷으로 예약
하루 50~60명으로 인원은 한정
장단기 프로그램 넉달새 2800명
접근성 좋고 참가비 없어 인기몰이
산림치유는 숲의 다양한 환경요소(경관, 음이온 등)를 이용해 사람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자연요법을 의미한다. 치유의 숲은 이러한 산림치유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산림이다.
정부는 2010년 ‘산림문화ㆍ휴양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산림치유 개념을 법적 정의를 신설하고, 치유의 숲 조성에 나서는 한편 민간 등에도 치유의 숲 조성을 장려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달 현재 ‘치유의 숲’은 전국적으로 국립 3개소, 공립 2개소가 운영 중이며 32개소가 추가 조성 중이다.
30년 만에 속살 드러낸 비밀의 숲
‘서울대공원 치유숲’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 쪽 계곡의 청계산 자락(과천시 막계동)에 위치해 있다. 1984년 서울대공원 조성 당시 기존에 살던 10여 가구가 이주한 후 30년간 일반인 출입이 전면 통제되면서 피톤치드(숲에서 나오는 자연 항균성분)가 많은 전나무와 잣나무 등이 사람들 손때를 타지 않은 채 고스란히 자랐다. 그리고 서울시는 지난 7월 서울대공원 내 숲 일부(약 5만㎡)를 치유숲으로 조성해 민간에 개방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찾은 치유숲에서는 20~70대로 연령대가 폭넓게 구성된 체험 참가자들이 저마다 마음의 안식을 찾고 있었다. 친구 소개로 치유숲을 찾았다는 50대 남성 참가자는 “불경기에 가게 영업이 잘 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 밤마다 술을 찾을 정도로 마음이 안 좋던 차에 치유숲에 오게 됐다”며 “기대보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고 머리도 상쾌해져 자신감을 충전했다”고 말했다.
치유숲은 약 1km길이의 숲길을 중심으로 ?치유숲 센터 ?숲속광장 ?활동숲과 하늘숲 ?나무ㆍ햇빛ㆍ물 이완숲 ?향기숲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산림청 공인 산림치유지도사가 인솔 하에 진행된다.
치유숲 체험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치유숲 센터에서 건강과 심리 상태 체크를 받는다. 그리고 숲속광장에서 몸풀기 체조와 숲과 인사하기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건강차를 마시며 지친 발의 피로를 푸는 것으로 본격적인 치유숲 체험을 시작한다.
활동숲과 하늘숲에서는 잣나무 숲속에서 경사지 앞뒤걷기를 비롯해 흙 놀이, 통나무 건너기 등 활동적인 숲속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이어지는 나무이완숲과 햇빛이완숲에서는 전나무숲과 바위에서 명상을 하며 자연 속에 스트레스를 날린다.
약 10m 높이의 천연폭포 주변에서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결을 느끼는 물이완숲은 도심 속 폭포라는 특별한 체험 때문에 참가자들의 눈길을 끈다. 허브 등 20여 가지 식물들의 향기를 나누며 황토, 조약돌, 모래가 깔린 길을 맨발로 느껴보는 향기숲길도 참가자들에게 인기다.
김찬숙 산림치유지도사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과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이 늘어 산림치유의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치유숲에서는 마음의 평화까지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국내 유일 ‘치유의 숲’
서울대공원 치유숲은 서울지하철 4호선 서울대공원역에서 내려 2㎞ 가량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이 전남 장성군 축령산, 강원 횡성군 청태산 등 유명 치유의 숲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이동거리가 부담인데 비해 치유숲은 지하철로 접근이 가능하다.
접근성이 좋고 참가비도 없다 보니 치유숲은 개장 이후 수도권 주민들에게 인기가 매우 좋다. 주중 평일 일반인 1일 체험으로 이뤄지는 단기프로그램은 하루 50~60명 선착순 예약 접수를 받아 1팀당 20~30명으로 진행된다. 숲보호와 치유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원을 한정하다 보니 매달 20일 시작되는 인터넷 예약은 시작과 동시에 마감된다. 이달 역시 이미 예약이 찬 상태다.
주말은 장기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갱년기여성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아동 및 가족, 지역아동센터 내 아동 등을 대상으로 꾸준한 치유활동이 진행된다. 장기프로그램은 신청 후 산림치유지도사와 상담을 통해서 등록이 확정된다. 단기와 장기프로그램의 1회 체험시간은 약 2~3시간 가량 소요된다.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특별프로그램은 공군 조종사, 경찰, 간호사를 비롯해 범죄피해자 가족 등 스트레스 고위험군 단체를 위한 맞춤형으로 구성돼 있다. 치유숲은 7~10월 단기ㆍ장기ㆍ특별 프로그램을 모두 합쳐 201회 총 2,800여명이 체험했다.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만큼 특별ㆍ광역시 내 위치한 ‘치유의 숲’은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29개소 가운데 부산과 울산 2개소(6.9%)뿐이다. 이에 산림청은 지난해 12월 특별시와 광역시내 치유의 숲 조성기준(면적)을 완화했다. 국공립 휴양림의 경우 기존 50만㎡(축구장 50개 크기)에서 25만㎡로, 사립 휴양림은 30만㎡에서 15만㎡로 변경됐다.
그럼에도 서울대공원 치유의 숲은 아직 법적인 치유의 숲 조성기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의 완화한 기준면적과 비교해도 아직 5분의 1 수준이다. 서울대공원은 2018년까지 치유의 숲 면적을 최대까지 넓혀 조성기준에 맞출 계획이다.
강인호 서울대공원 조경과장은 “서울대공원 전체 면적(913만 2,000㎡) 가운데 임야가 81%(743만㎡)를 차지한다”며 “2018년까지 서울대공원 치유숲 규모를 ‘치유의 숲’규격에 맞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유숲은 숲 보존과 원활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진행을 위해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운영된다. 예약은 서울대공원 홈페이지(http://grandpark.seoul.go.kr)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http://yeyak.seoul.go.kr)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02-500-7575, 7576)문의하면 된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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