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사들도 수수료 인하 분담해라” “부담 떠넘겨선 안 된다”
돌고돌아 영세가맹점에 부담 떠넘겨질 수도
카드사 가맹점수수료 인하의 후폭풍이 밴(VANㆍ부가통신사업자)사로 향했다. 카드사는 가맹점 매출전표 매입을 밴사에 맡기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는데, 이 수수료를 줄여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감소를 메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수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밴사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BC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등은 밴사와의 수수료 책정방식 변경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롯데카드도 내부 검토를 마치는 대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의 골자는 그간 정액제(승인 건당 수수료 책정)로 지급했던 수수료를 앞으로는 정률제(결제 금액에 비례해 수수료 책정)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밴사의 계약은 개별사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각 카드사 매출 상황이나 가맹점들의 특성을 고려해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밴 업계는 일부 카드사들이 제안한 정률제를 토대로 계산해보니 수수료가 최대 30%까지 줄어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밴 수수료 부담은 카드결제의 소액다건화가 진행되면서 급속도로 커졌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11년 7,700억원, 2012년 9,100억원, 2013년 1조10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 때문에 신한카드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13개 밴사와 정률제 전환에 합의하고 2017년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2일 발표된 당국의 카드사 가맹점수수료 인하 방침 또한 이번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 당장 내년부터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가맹점수수료 때문에 카드사의 수익은 앞으로 매년 6,700억원 가량이 감소할 전망인데, 당장 이 정도의 수익을 대체할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당국이 밴사의 대형가맹점 대상 리베이트를 금지해 밴사도 그만큼의 여력이 생겼다며 영세가맹점을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수수료 인하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밴사가 가맹점에 지급하던 리베이트 비용은 2013년 기준 약 2,300억원이다.
하지만 밴사는 카드수수료 인하의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밴사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법적으로 금지한다 한들 완벽히 차단될지는 의문”이라며 “설사 리베이트가 줄어 여력이 생기다 해도 5만원 이하 무서명 결제 등의 도입으로 인한 전표수거 수익 감소 등을 고려하면 도리어 손실이 날 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밴 수수료가 줄어들 경우 밴사들 역시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영세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무료 단말기 보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수수료 인하 부담이 ‘영세가맹점 →카드사 →밴사→영세가맹점’으로 다시 영세가맹점에 떠넘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성원 밴협회 사무국장은 “카드사도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프로모션을 줄이는 것처럼 우리도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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