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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5공비리, 쌍문동, 곤로" '응팔'이 다룬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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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5공비리, 쌍문동, 곤로" '응팔'이 다룬 추억

입력
2015.11.0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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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연출한 신원호 PD. 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연 간담회에서 "혜리 등 젊은 배우들이 1988년대 문화를 잘 몰라 당시 유행했던 춤 등을 보여줄 때 내가 직접 춘다"며 웃었다. tvN 제공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연출한 신원호 PD. 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연 간담회에서 "혜리 등 젊은 배우들이 1988년대 문화를 잘 몰라 당시 유행했던 춤 등을 보여줄 때 내가 직접 춘다"며 웃었다. tvN 제공

“1988년 얘기 찾아 수 백 명 인터뷰…만화책 한 권에 20만원 호가”

제24회 서울올림픽과 5공비리 청문회. 1988년은 국가적인 축제와 정치적 재난이 겹쳤던 격변의 해다. 이 거대한 역사적 배경 속에 대중문화도 풍년이었다. 가수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을 듣고 청년들은 사랑에 빠지고, 김완선의 ‘리듬 속에 그 춤을’을 듣고 어깨를 들썩였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신해철이 ‘그대에게’로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한 것도 1988년(대학가요제)이다. 이 사회·문화적 추억을 바탕으로 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오는 6일 오후 7시50분에 첫 방송된다.

전작인 ‘응답하라 1997’(2012)과 ‘응답하라 1994’(2014)와 다른 건 청춘이 아닌 가족 중심으로 얘기가 꾸려진다는 점이다. 당시 평균적인 가족의 모습을 재연해 30대 이상 시청자들에 추억을 주고 공감대를 넓히려는 게 제작진의 의도다. 성동일, 김성균, 라미란이 출연해 구수함을 주고, 걸스데이 혜리와 고경표 등 청춘 스타가 나와 드라마에 활력을 준다. ‘응답하라 1988’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 봉황당 골목을 배경으로 한다. 신 PD는 “‘올드미스다이어리’(2004)를 찍을 때 극중 배경이 쌍문동이었는데 중산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평범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아기공룡 둘리’가 탄생한 곳이기도 해 따뜻함과 추억을 줄 골목길 속 소시민의 얘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중1”이었다는 신 PD가 그릴 1988년은 어떨까. “공진단을 먹고 촬영하고 있다”는 그를 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제작 및 촬영 후일담을 들었다. “세 번째 시리즈라 확률적으로 잘 될 리 없다”는 엄살을 부리면서도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고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도 털어놨다.

6일 첫 방송될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8' 속 장면. tvN
6일 첫 방송될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8' 속 장면. tvN

-왜 1988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택했나.

“시대적 배경을 찾기 위해 사전 조사를 많이 하는데 하다 보면 희한하게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사건들이 몰리는 해가 있다. 1994년과 1997년이 그랬고, 1988년이 그랬다. 새 시리즈를 제작하려고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찾아보니 안 한 연도 중에 1998년과 1992년, 2002년이 후보로 압축돼 이 가운데 1988년을 택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얘기도 많고 음악과 영화도 다룰 작품이 많았다. ‘응답하라’시리즈를 기획할 때 하고 싶었던 주제가 가족 얘기였는데, 따뜻함이 살아 있던 시대란 생각에 1988년을 택했다.”

-걸스데이 멤버 혜리를 캐스팅한 이유는.

“오히려 혜리가 극중 덕선이란 캐릭터를 잡는 데 도움을 줬다. 혜리가 예능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사랑을 많이 받은 친구고,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는 친구란 걸 느꼈다. 극중 덕선은 전교에서 999등 하는 여고생으로 오로지 관심은 남자친구 밖에 없는 천진난만한 학생이다. 이 캐릭터와 혜리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정은지(‘응답하라 1997’), 고아라(‘응답하라 1994’ ) 등 여배우 선택에 있어선 모험을 하는 것 같다.

“세 번째 드라마지만 난 아직도 드라마가 뭔지 잘 모르는 예능 PD다. 다만, 캐스팅할 때 보는 건 캐릭터와 얼마나 어울릴까 하나다. 정은지는 출연작 자체가 없었고, 고아라도 인상적인 작품이 없었지만 오디션을 보고 미팅을 하다 보니 캐릭터에 맞는 성격을 갖고 있더라. 솔직히 혜리는 중간에 예능(MBC ‘진짜사나이’)으로 확 떠버려 캐스팅을 포기하려고 했다. 이미 스타가 된 연예인과 가는 게 우리 드라마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했는데, 연기에 전형성이 없는 친구라 같이 가게 됐다. 직업 배우와 달리 자연스러운 부분이 촬영하면서도 많이 보이더라.”

-1988년이란 시대를 어떻게 녹여 낼 건가.

“전두환 정권의 5공 비리 청문회 등을 다루는 부분은 있다. 다만 어마어마한 역사적 일들을 소시민은 어떤 방식으로 경험했을까를 고민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예로 들면, 내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여행을 가기 위해 삼풍백화점에 옷 사라 간다고 집에 말하고 나왔는데, 난 명동으로 갔다. 근데 갑자기 삐삐가 엄청나게 오더라.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것도 버스를 타고 가다 전광판 뉴스를 통해 알았다. 이런 식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가족 얘기에 너무 큰 정치적 이슈 등이 들어오면 드라마의 정체성이 흔들릴 거 같았다.”

6일 첫 방송될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한 장면. tvN 제공
6일 첫 방송될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한 장면. tvN 제공

-왜 쌍문동 골목길을 주요 배경으로 택했나

“골목길에서 오간 정서들이 있지 않나.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며 서로 숟가락 몇 개 인지까지 알고 지대던 이웃 관계도 있고. 골목길에 대한 아쉬움과 정을 얘기하는 책을 읽으며 자극도 받았다. 나 또한 골목길에서 자란 터라 그 안에서의 관계를 다루고 싶었다. 다들 살기 힘들다고 하니 골목길 속 정이 그리운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럼 가장 평균적인 골목길이 있는 동네가 어딜까를 찾다가 쌍문동을 택했다. 살아본 적은 없지만 쌍문동은 내겐 익숙한 동네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란 드라마를 찍은 곳이 쌍문동이었는데, 동네가 주는 느낌이 따뜻했다.”

-시대가 1997년에서 1994년 그리고 1988년으로 내려가보니 소품 등 제작이 더 어려울 것 같다.

“미술팀에 늘 가슴 깊이 미안해하고 있다. 밤 새면서 작업하는 데 불쌍해죽겠다. 대본에 나온 것들 만들고 사오느라 정말 힘들다. 야외 촬영도 마찬가지다. 1988년을 배경으로 하는데, 밖에서 촬영하면 주택에 새집주소가 적혀 있고, 차들이 빽빽이 주차돼 있어 정말 촬영 장소 찾기가 어렵다. 제작비 부담도 커졌다. 1988년도 만화책 한 권을 사려 했더니 소장하시는 분이 20만원을 부르더라. 달력은 7만원을 부르고.”

-이야기를 꾸리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나와 이우정 작가가 1988년에 중1이었다. 그래서 그 때 고등학생 형, 누나와 어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그 시대를 거친 사람들을 만나 당시 얘길 들으려 인터뷰를 엄청 했다. 수 백 명은 될 거다. 문제는 다 기억한 내용이 다르다는 거다. 누군가는 이 때 곤로를 썼다고 하고, 누구는 아니라고 하고. 앞선 시리즈보다 이야기 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더 고민이 많았다. 인터뷰한 사람들의 얘기를 토대로 제작진이 선택하는 고민의 시간이 많았다.”

-배우들은 시대적 배경에 많이 공감하던가

“성동일 등 배우들에 많이 도움을 받고 있다. 제작진이 젊다 보니 내용을 검증해 줄 사람들이 배우 밖에 없더라. 김성균은 나이(35)는 비교적 젊은데, 어려서 부유하게 살지는 않아 소시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참 많이 알고 있더라.”

-세 번째 시리즈다. 시청률 부담이 크지 않나

“새로운 작품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이젠 ‘응답하라’ 시리즈가 내 힘만으론 멈출 수 없는 프로젝트가 됐더라. 망할 때까지 갈 것 같다. 나도 시청잔데 세 번째 시리즈니 당연히 전작과 비교해 안 될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많이 덜었다. 하고 싶은 얘길 보여주자란 생각으로 촬영하고 있다.”

-음악도 드라마에 중요한 요소다.

“ ‘응답하라’ 시리즈는 정말 음악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드라마다. 추억 환기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게 음악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시간과 공간에 들었어도 같이 들은 게 음악이다. 헌데 이번 ‘응답하라 1988’엔 쓸 음악이 많아 행복하다. ‘응답하라 1997’보다 좋은 것 같다.”

-이번에도 남편 찾기 에피소드가 있나.

“있다. 가족 중심 얘기긴 하지만 20회로 정리하려면 얘기가 골대로 향할 소재가 있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엮을 기둥이 바로 남편 찾기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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