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투자협회(회장 황영기)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방만경영을 이유로 14건의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년간 금투협의 예산 편성 및 집행 내역 등을 검사한 결과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다.
지난 2009년 설립된 금투협은 출범 초기에도 금융당국으로부터 과도한 예산 집행 및 복리 후생으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에 금융투자상품 매매 제한을 위반한 임직원(과장급, 대리급) 2명에 대해서도 문책 조치를 내렸다.
금투협이 가장 먼저 지적받은 사항은 적자 상황에서도 사내복지기금을 출연하거나 공공기관 대비 과다한 연차수당을 지급하는 등의 경영 행태다. 금융위는 예산의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의 필요를 지적했다.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에서 임원의 보수와 퇴직금 등을 결정하면서 검사대상 기간 중 협회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 평균 95.5점을 부여해 금투협회장의 경영성과급을 100%로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업무추진비 사용제한에 대한 내부규정이나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는 것도 이번에 지적받았다.
또 임직원 등의 해외출장에 사용된 경비는 연간 사업비의 약 2.4%~4.3%에 해당되는 총 22억9,000만원이었으며, 매년 골프장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는 등 방만한 예산 집행이 이뤄진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검사를 진행한 금융감독원 측은 "협회는 금융투자업 관련 업무 규정의 제정, 회원사 제재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자율규제기구로서 예산의 대부분을 회원사의 회비로 조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예산 편성 및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채권거래전용시스템(프리본드)의 활성화, CD금리 왜곡에 대한 문제 발생 가능성 등도 지적됐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의 임직원은 자기의 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는 경우 자신의 명의로 하나의 계좌를 이용해 매매하고 소속 협회에 계좌 개설 사실을 신고 후 매매 명세를 분기별로 통지해야한다.
이 규정을 어긴 임직원 2명(과장급, 대리급)에게는 각각 감봉 3개월 및 과태료 1,430만원, 견책 및 과태료 2,000만원의 제재가 내려졌다.
과장급 직원은 한 증권에 개설된 본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자기의 계산으로 주식 16개 종목을 76일 동안 매매하고 총 9억300만원 상당의 투자를 했다.
대리급 직원은 배우자의 명의 계좌를 이용해 225일 동안 주식 27개 종목을 매매하고 총 2,500만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모두 소속 협회에 계좌개설 사실의 신고 및 분기별 매매명세 통지를 하지 않았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들은 징계 중에 있다.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올해 2월 취임 때부터 남다른 이력과 힘 있는 수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장관 정책 보좌관과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한창수 전무를 영입하면서 관피아 논란을 겪기도 했다. 황 회장은 "금융투자산업 위기의 극복과 신뢰받는 자본시장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했다.
황 회장이 앞으로 금투협의 삐뚤어진 윤리의식을 다잡고 방만한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 새 위상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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