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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배구명가’ 삼성화재의 속타는 성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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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배구명가’ 삼성화재의 속타는 성년식

입력
2015.11.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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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그로저가 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퍼붓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삼성화재 그로저가 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퍼붓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7일로 창단 20주년을 맞는다. 삼성화재는 이날 안방인 대전 충무체육관으로 우리카드를 불러들여 한판 승부를 벌인다. 1995년생 팬들에게 무료 관람을 제공하고 팬들과 생일파티를 여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실시할 예정이다.

시끌벅적한 스무 번째 생일상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삼성화재의 마음은 편치 않다. ‘명가’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올 시즌 초반 최악의 성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4일 천안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무너졌다. 이날 완패로 삼성화재는 2승5패(승점6)로 7개 구단 중 6위를 기록했다. 시즌 개막 후엔 내리 3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1995년 창단 이후 남자배구의 정상을 놓치지 않은 삼성화재의 이력을 볼 때 시즌 초반임을 감안해도 초라한 성적표다. 삼성화재는 프로배구 출범 후 8차례, 실업리그 시절까지 포함하면 16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배구 명가의 부진 이유로 높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꼽힌다. 삼성화재는 그간 레안드로를 시작으로 안젤코, 가빈, 레오 등 외국인 선수가 팀 공격의 절반을 차지했고 국내 선수는 리시브 등에 집중했다. ‘시합은 가장 좋은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라는 신치용(60) 전 감독의 ‘분업배구’ 전략이다. 이를 통해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 기록인 7시즌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의존도가 높다 보니 외국인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그날 경기가 좌우된다. 1일 한국전력과의 경기는 속칭 ‘몰빵배구’ 부작용의 결정체다. 이날 괴르기 그로저(31ㆍ독일)는 45점을 터트리며 혼자 공격을 책임졌지만 경기 막판 체력저하로 연속 범실을 기록,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당시 5세트에서 그로저의 공격점유율은 85.7%에 달했다.

반대급부로 국내선수들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에게 모든 공격이 집중되다 보니 국내 공격수가 성장하기 어렵다. 한 감독출신 해설위원은 “삼성화재의 몰빵배구로 국내 대형선수의 공격 루트가 단순해졌다”며 “최근 잘나가는 팀의 외국인 선수 볼 점유율이 30%대인 반면 국내 선수들은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임도헌(43) 삼성화재 감독도 “그로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고민”이라고 밝힌바 있다. 성년에 이르렀지만 삼성화재는 때늦은 성장통을 앓고 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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