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한국-일본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4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일본전에 선발로 나설 투수는 ‘대한민국 에이스’ 김광현(27ㆍSK)이 유력하다.
김광현은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최종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쿠바 강타선을 3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첫 공부터 시속 148㎞를 찍었고, 주무기 슬라이더는 142㎞까지 나오는 등 정규시즌 못지 않은 구위를 뽐냈다.
김광현은 “일본전 선발 투수로 나갈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걱정했던 것보다 컨디션과 경기 감각이 안 떨어졌다. 좋은 상태로 나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자신했다.
프리미어 12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야구의 정식종목 재진입을 위해 신설된 대회다. 국제야구연맹(IBAF)이 아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가 주관했고, 한국과 일본은 정예 멤버를 소집했다. 야구 한일전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이번이 6년 만이다.
‘일본 킬러’로 불렸던 김광현은 6년 전 자존심을 구겼다. 2009년 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1⅓이닝 7피안타(1홈런) 8실점으로 무너졌다. 일본 타자들은 김광현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했다. 직구를 포기하고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당시 1회 3연속 안타를 맞은 게 모두 슬라이더였다.
그 때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김광현은 “일본전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공부를 많이 했다”며 볼 배합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날 쿠바전에서는 총 투구 수 38개 중 직구 15개를 제외한 나머지 23개를 변화구로 던졌다. 가장 자신 있는 슬라이더는 직구보다 많은 17개를 던졌다. 그러나 최고 시속 142㎞부터 최저 125㎞까지 속도와 낙폭의 차이를 크게 두며 상대 타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또 커브(5개)와 체인지업(1개)을 섞었다.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안타를 허용했지만 주로 볼로 들어가던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간 것에 스스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광현은 “내가 직구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 유형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일본 선수들도 전력 분석을 많이 할 것이기 때문에 커브와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다”고 밝혔다. 이어 “삼진은 슬라이더로 잡았지만 커브와 체인지업으로도 스윙이 나오고 스트라이크를 잡았다”면서 “직구와 체인지업에 안타 3개를 맞았다. 그 동안 체인지업은 버리는 공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안타가 잘 맞은 공도 아니었다. 비록 안타를 맞았지만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지금까지 대표팀의 기둥 투수 역할을 맡고 있다. 김광현은 이번 대회에 류현진(LA 다저스), 양현종, 윤석민(이상 KIA),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상 삼성)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빠져 대표팀 투수진이 약해졌다는 말에 더욱 자극을 받았다. 김광현은 “내가 포함된 투수진이 약하다는 평가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며 “쿠바전에서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차는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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