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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진 '팬심', KBO리그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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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진 '팬심', KBO리그를 움직인다

입력
2015.11.0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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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팬심(心)'이 KBO리그를 움직이고 있다. 이미 하나의 '힘'으로 성장한 21세기 팬심의 모습이다.

히어로즈 구단은 5일 '넥센타이어와 3년간 메인 스폰서십 연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까지만 하더라도 일본계 종합금융그룹인 J트러스트와의 계약이 유력했다. J트러스트는 모기업 없이 구단을 운영해야 하는 히어로즈에 전폭적인 금전 지원은 물론 구단의 자율 운영권을 인정하고 네트워크를 통한 일본 구단과의 교류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팬심이 변수로 떠올랐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이미지가 강한 J트러스트와 계약 협의 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히어로즈는 이러한 여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팬심이 구단의 정책을 바꾼 셈이다.

이렇듯 '팬심'은 하나의 '힘'으로까지 자리 잡는 모양새다. 프로야구가 팬들의 인기를 기반으로 하는 데다,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팬들의 입김도 더 세게 작용하고 있다.

'팬심'의 힘으로 사령탑 자리가 엇갈리기도 했다. 지난해 말 한화 팬들은 "선수단을 바꾸기 위해서는 김성근 감독의 힘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공식 홈페이지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김 감독 영입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였고,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펼친 팬까지 나왔다. 이는 결국 한화가 김성근 감독을 선임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반면 비슷한 시기 선동열 전 KIA 감독은 팬심에 부딪혀 재계약 6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3년 재계약 발표 뒤 구단에는 팬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공식 홈페이지에는 '재계약 철회 릴레이'가 벌어졌다. 선 감독은 직접 자리에서 물러났고, KIA는 김기태 감독을 선임했다.

<p style="margin-left: 5pt;">감독뿐 아니다. 구단 프런트도 팬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롯데의 'CCTV 사찰' 논란이불거지자 부산 시내 곳곳에서는 구단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가 열렸다. 사직구장에는 팬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배달되기도 했다. 결국 대표이사와 단장이 물러나면서 일단락이 됐다.

최근 kt 장성우는 전 여자친구와의 SNS 내용이 공개돼 물의를 빚었다. 구단은 장성우의 사과문을 공개하며 팬심을 달래려 했지만,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kt는 50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20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처럼 프로 구단 곳곳에는 팬들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이를 어디까지 인정하고, 수용하느냐가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르는 중이다. 구단은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모든 의견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여론몰이를 통해 이를 권력화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구단 운영 문제를 놓고 더 길게 내다보지 않고, 본인이 싫으면 반대 의견을 무조건 매도하는 일도 많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구단의 관계자는 "프로팀인 만큼 팬들의 니즈를 판단해 구단 운영에 반영하는 건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부정적으로만 가는 세력도 있다. 구단도 분명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냉정한 판단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강호찬(왼쪽) 넥센타이어 사장-이장석 히어로즈 대표.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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