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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서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고비마다 역사 바꾼 기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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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서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고비마다 역사 바꾼 기폭제

입력
2015.11.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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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현지시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인근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에서는 18세와 24세의 대학생 2명이 22세 청년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두 대학생은 무상교육 시행 등 교육개혁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가한 뒤 주택가 벽에 대자보를 붙이고, 페인트로 정부 비판 구호를 쓰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은 총을 쏜 대학생들과 생각이 다른 청년이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일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그보다 앞선 2014년 3월 대만의 국립대만대, 국립정치대, 국립칭화대 학내 게시판에도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다. ‘안녕들하십니까’ ‘넌 별일 없지’란 뜻의 중국어 ‘니하이하오마’란 제목의 대자보는 친중국 정책에 반대하며 입법원(국회)과 행정원(정부) 청사를 점거한 학생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강제진압과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등을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칭화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학교 측이 학칙을 근거로 대자보를 제거해 학생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13년 12월 당시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씨가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며 써 붙인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의 대만판인 셈이다.

2013년 3월 미국 오하이오주 소재 오벌린 칼리지 학내 게시판에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한 찬반 토론을 실시하자는 대자보가 내걸리기도 했다. ‘긍정적 차별’이라고도 불리는 소수인종 우대정책은 미국 내 소수인종을 제도적으로 우대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1961년 처음 시행됐다. 다만 이 대자보에는 나치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 하켄크로이츠가 새겨져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자보는 대학생들의 의견 표현 수단으로 해외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맞물려 파급력도 커지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자보는 역사를 뒤흔드는 기폭제 역할도 했다. 1960년대 문화혁명 당시 마오쩌둥은 홍위병에게 대자보를 전국에 붙이도록 해 신문과 방송 없이도 대중 참여를 독려할 수 있었다. 영어와 프랑스 사전에는 중국의 대자보를 뜻하는 ‘다쯔바오’(dazibao)란 단어가 일반명사로 등록돼 있다. 18세기 후반 프랑스 대혁명 당시 왕당파에 맞선 시민들은 자신의 주장을 대자보로 써 붙여 단결을 외쳤고, 1517년 마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 성교회 정문에 붙인 ‘95개조 반박문’은 종교개혁의 신호탄이 됐다. 해당 반박문은 성당 건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면죄부를 판매하는 등 종교의 부정부패에 대해 지적한 내용이 담겼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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