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누가 썼는지 어떤 내용인지 '깜깜이' 예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누가 썼는지 어떤 내용인지 '깜깜이' 예고

입력
2015.11.05 04:40
0 0

“집필진 밝히면 압박 우려, 수준 높은 필진…믿어달라” 주장만

집필과정 온라인에 공개한다던 약속도 하루만에 뒤집어

4일 오전 서울 경희대에서 사학과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하기 위해 교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서울 경희대에서 사학과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하기 위해 교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중고교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배우게 될 국정 역사 교과서는 집필부터 인쇄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베일에 싸일 것으로 보인다. 집필진 면면은 명예교수 2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비밀에 부쳐져 “학계의 명망 있는 우수 학자와 교사를 모시겠다”는 당국의 설명은 확인이 불가능해졌다.“집필 과정마다 온라인 전시를 통해 공개검증을 받겠다”던 방침도 하루 만에 뒤집혔다.

“집필부터 발행까지 교과서 개발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다”는 명분에 밀려나자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정부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이 늘어나고 있다.

집필진 구성부터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 4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위원장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달 20일까지 집필진 구성을 완료하겠다”며 “공모와 초빙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수준 높은 집필진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와 신형식 이대 명예교수 2명을 각각 선사분야와 고대사분야의 대표집필자로 소개했다. 집필진은 36명 규모로 정했지만 고교 현대사 분야에서 3~4명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국편은 이날 기자회견 뒤 홈페이지에 집필진 공모를 안내하면서 25명의 교수ㆍ연구원ㆍ현장 교원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미 11~15명 안팎의 집필진을 초빙했다는 얘기지만, 면면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국편은 고려, 조선, 근대, 현대까지 6개 분야의 대표집필자를 이미 내락해놓고도 공개는 꺼렸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밝힌 지난달 12일 김정배 위원장은 “집필 시작과 동시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대표집필자는 공개하겠다”로 말을 바꾸었다. 이어진 질의에서 진재관 국편 편사부장은 “원고 집필이 끝날 때까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로 또 말을 바꾸었다. “집필진이 공개가 됐을 경우 집필에 방해가 되거나 여러 가지 압박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집필이 끝날 때까지 누가 어느 분야를 집필하는지, 어떤 내용을 썼는지 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필진이 균형적이고, 명망 높고, 훌륭한지 등의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할 길이 사라졌다. 집필진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국편 위원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심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이 누군지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믿으라’는 말뿐이어서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 등 정권 입맛에 맞는 집필진을 구성할 것’이라는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집필된 내용에 대한 심의 과정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앞서 3일 “웹(온라인) 전시를 통해 국민이 직접 검증한, 국민이 만드는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말은 불과 하루 만에 번복됐다. 김 위원장은 4일 “역사교과서 원고가 완성이 되면 우리 위원회 연구원의 자체 검토 및 동북아역사재단과 같은 영역별로 특화된 외부기관의 전문가 검토를 통해 내용오류, 학술상의 이견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만 밝혔다. 웹 전시를 통한 국민 검증에 대한 설명은 사라진 것이다. 진 편사부장은 “집필진과 상황에 따라 검토할 부분”이라면서도 “집필진에 의해 나온 교과서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겠다”고 부연했다. 결국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구성한 인물과 심의위원들로 교과서와 관련된 모든 절차를 끝낸 뒤 공개한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학자는 “수많은 반대에도 국정을 밀어붙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비판을 차단하면서 원하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