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에서 물건을 훔친 여고생에게 ‘노예계약서’를 쓰도록 제안하고 성추행한 30대 점장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김경)는 4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A(37)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유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여고생 B(15)양은 올해 2월 서울 강북구의 한 생활용품 매장에서 7,500원짜리 틴트(립스틱)를 훔치다 직원에게 발각됐다. 이에 점장 A씨는 B양을 매장 사무실로 불러 반성문을 쓰게 하고, 내부규정을 들어 배상액으로 물품 가격의 70배인 50만원을 요구했다.
B양을 가게 위층의 룸카페로 데려간 A씨는 B양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갚겠다”고 말하자 “어떻게 너를 믿느냐. 노예계약서를 쓸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다. A씨는 또 “(노예계약서에는) 성적인 것도 포함돼 있는데 성 경험이 있느냐. 전에 걸렸던 아이는 계약서를 쓰고 화장실에 가서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는 각오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A씨는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져도 괜찮냐. 입으로 해줄 수 있느냐” 등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B양이 머뭇거리자 옆에 앉히고는 “손이 차다”며 손을 주무르고 턱을 만지기도 했다. B양은 휴대폰 알람이 울리자 “동생을 데리러 가야 한다”고 말한 뒤 간신히 현장을 빠져 나왔다.
이날 법정에서 A씨는 “피해자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버릇을 고치기 위해 노예계약서를 언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또 “떨고 있어서 다독이는 의미로 손을 잡았고, 고개를 숙이고 얘기를 해 턱을 잡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직접 행한 성추행은 가벼우나 나이 어린 피해자가 입었을 심리적 충격과 공포가 상당히 크고, 피의자는 변명만 하고 있다”고 만장일치로 유죄를 선고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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