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총장공석 여파 직격탄… 지난 9월 대학구조개혁평가 C등급 여파인 듯
교수회, 10~12일 교수 총투표 공고
대법원 판결 기다리거나 재선출하거나 결정… "이대론 안 된다" 여론 높아
비대위, “의결과정 문제… 총투표 금지 가처분신청" 법정행 시사
김사열 교수 "대학 스스로 자율성 훼손"
15개월째 계속된 경북대 총장 공석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경북대 교수회가 총장부재사태에 대한 교수 총투표를 예고하자 ‘경북대 총장임용을 촉구하는 범비상대책위원회’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화파’와 대학자율성을 사수해야 한다는 ‘주전파’로 갈리는 양상이다.
경북대 교수회는 최근 ‘경북대 총장부재사태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교수 총투표를 10~12일 실시한다고 공고하고 5~9일 부재자투표를 할 예정이다.
교수회는 평의회를 통해 ▦총장임용제청거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 ▦총장임용후보자 재선출을 진행한다 2가지 안을 놓고 투표, 그 결과에 따라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총장후보추천 1순위로 선출된 김사열(59ㆍ생명과학부 생명공학전공)경북대 교수와 학생, 총동문회, 직원노조 등으로 구성된 비대위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달 22일 열린 교수회 평의회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이번 투표 공고는 무효라는 입장이다. 재적 57명 중 37명이 참석했지만 의결 때는 16명만이 투표해 37명의 과반수인 19명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윤재석(사학과 교수)비대위 공동위원장은 “평의회 결정 자체에 문제가 있어 내부 논의를 거쳐 대구지방법원에 총투표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사열 교수도 “대학이 자율성을 훼손하는 일을 막아내고 지켜야 하는데,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총투표를 통해 재선출을 논의한다는 것은 대학 스스로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교육부 압력 등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수회 측은 평의회를 2차례 열었고, 투표 실시 여부를 물은 10월 22일 정기 평의회에선 의결정족수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교수회 관계자는 지난달 22일엔 57명 중 38명(출석 27명, 위임장 11명) 참석으로 개회했고, 이 중 23명이 투표해 찬성 21명, 반대 2명으로 찬성인원인 출석인원은 물론 위임장을 포함한 전체 개회인원 38명의 과반(20명)수도 넘었다는 것이다.
교수회 관계자는 “논란이 된 것은 당시 투표 실시 자체는 의결했지만 문구를 확정하지 않았는데, 문구 확정을 위한 지난달 29일 임시평의회에서 사소한 안건은 그 동안 관례대로 출석인원 과반수로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29일 임시평의회엔 개회참석 37명 중 22명이 출석했고, 16명이 투표해 출석인원의 과반(12명)인 14명이 찬성(반대 1명, 기권 1명)해 가결됐다는 입장이다.
문계완(경영학부교수) 교수회 의장은 “2달 가까이 단과대학 교수회의장단 회의를 거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기평의회에서 참석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총투표가 결정됐다”며 “다만 질문 내용을 정하는 임시평의회에서 의결정족수가 논란이 된 만큼 9일 임시평의회를 열어 재논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년 이상 총장 부재사태로 대학이 활력을 잃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정상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교수회가 총투표를 거치게 됐지만 총장 재추천 논의를 공론화하게 된 것은 지난 9월 발표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경북대가 C등급으로 겨우 낙제를 면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A등급은 34교, B등급 56개인 점을 고려하면 경북대는 전국 91위 이하다. 특히 전국 10개 거점국립대 중에선 D등급의 강원대를 제외하면 충남대와 함께 최하위권이다. 대학 내외부에선 교육부의 총장 재추천 요구에 불응하고 소송으로 맞선 데 대한 괘씸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경북대는 지난해 초부터 총장직선제 폐지 등을 놓고 진통을 겪다가 지난해 9월 1일부터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지난해 10월17일 우여곡절 끝에 일종의 간선제로 김사열 교수를 1순위, 김상동(56) 교수를 2순위로 교육부에 추천했지만 교육부는 그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임용제청하지 않고 재추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사열 교수는 지난 1월21일 교육부 상대로 총장임용제청거부처분 취소소송 제기해 지난 8월2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교육부의 항소로 서울 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당시 교육부는 “임용제청을 하지 않기로 한 사유를 고지하지 않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판결인데 이는 기존 대법원 판단과 배치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적으로 공주대와 한국방송통신대가 같은 사안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며 공주대는 1, 2심에서 모두 원고승소판결에 이어 대법원 판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통대는 1심에선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방통대에서도 경북대처럼 조만간 교수회 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해 총장 재추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대학과 정가 관계자들은 교육부는 이들 대학이 이미 추천한 인물을 총장으로 임용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가 재판에서 지게 되면 임용제청거부사유를 밝힌 뒤 결국 재추천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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