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생하고 역동성 넘치는 한국 교회가 결코 고통 받는 이들에게 무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이 4일 서울 종로구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교회가 중동의 난민 등 세계의 이웃과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피아첸차 추기경은 교황청의 내사원장이자 교황청 국제가톨릭 사목 원조기구(ACN) 국제 총재다. ACN은 1947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난민을 돕기 위해 설립됐으며, 지난 7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지부가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피아첸차 추기경 등은 5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ACN 한국지부 설립 기념 미사를 참석차 6일까지 닷새 일정으로 방한했다.
피아첸차는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 교회는 수많은 평신도와 순교자들의 피 위에서 빠른 시간에 아주 크게 성장하고 이제 고통 받는 다른 교회를 도울 충분한 인적, 물적 재원을 갖췄다”며 “여러분이 눈을 크게 뜨고 난민 등 고통 받는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는데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ACN은 설립자인 베렌프리트 판 슈트라텐 신부가 1960년대 한국을 방문하는 등 6ㆍ25 이후 가난으로 고통 받던 한국의 난민과 교회를 물심양면 지원했다.
이날 회견에는 내전 상태인 시리아의 홈스 대교구장인 장 아브도 아르바흐 대주교가 참석했다. 그는 시라아 상황에 대해 “내전 이후 누계 150만 명 이상이 숨진 상태로 일부 도시는 가옥의 90%가 파괴됐으며, 특히 일부 시민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와 성당, 수녀원 역시 60여 곳이 파괴돼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피아첸차 추기경은 “박해 받는 이들이 있는 곳에서 우리는 그들의 자유를 위한 분명한 행동을 해야 한다”며 “집 잃은 사람들에게 숙소와 학교, 성당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비탄에 빠진 사람들이 개인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성숙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며 나아가 사회 전체가 하나로 응집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ACN 한국지부 설립을 기념해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위기에 처한 시리아의 그리스도인’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5일 오후 7시에는 명동 대성당 대성전에서 기념 미사를 봉헌한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