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연말 시상식 준비를 앞둔 KBS가 고민에 빠졌다. 지난 6월 전파를 타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누린 ‘프로듀사’ 때문이다.
4일 ‘프로듀사’ 관계자에 따르면 KBS 예능국과 드라마국은 ‘프로듀사’를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두 곳 중 어디에서 다뤄야 할지를 두고 ‘밀당’을 벌이고 있다. 드라마니 응당 연기대상의 범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간단치가 않다.‘프로듀사’는 예능국이 만든 드라마인데, 연기대상은 드라마국이 제작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프로듀사’를 만든 곳과 시상식을 꾸리는 주체가 다르고 자존심 대결도 얽혀있다.
예능국은 ‘프로듀사’를 연기대상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눈치다. 김수현을 비롯해 공효진, 차태현 등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한 데다 흥행에도 성공한 만큼 ‘프로듀사’를 연기대상에 내세워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바람이다. 하지만 드라마국 입장에선 ‘남이 만든 밥’에 밥상을 깔아주기가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다. 드라마국에서 만든 드라마도 다 공을 인정해주지 못하는 판에, 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까지 챙기려니 반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연기대상에서 시상한 적도 없다. 지난해 끝난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도 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라, 출연 배우인 김영옥 신구 정애리 등은 연예대상에서 상을 받았다. 더욱이 최근 양 측은 송일국의 드라마 출연 문제로 신경이 더욱 날카롭다. 드라마국이 송일국을 2016년 1월 방송예정인 KBS1 사극 ‘장영실’에 섭외해,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하차설까지 불거지며 홍역을 치른 탓이다.
드라마국이 칼자루를 쥔 듯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프로듀사’가 KBS 차원에서 지원한 작품인데다, 드라마국에서 올해 내놓은 작품 가운데 빛을 본 드라마가 드물기 때문이다. 한 방송관계자도 “드라마국에서 ‘프로듀사’를 연기대상에서 내치기도 쉽지 않아 내부적으로고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연기대상에 ‘프로듀사’를 다룬다고 하더라고 어떤 상을 주느냐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현과 공효진 같은 스타를 시상식에 데려오려면 최소 최우수상은 줘야 할 텐데, 이 뜻이 모아지겠냐는 우려다.
결론은 12월 이후에나 날 것으로 보인다. KBS 한 관계자는 “새 사장 임명이 정리돼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는 고대영 KBS 사장후보가 정식 임명되면 국장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그러면 새로 임명된 드라마국과 예능국 국장이 최종 협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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