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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눈 감고 보기

입력
2015.1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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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수시로 눈을 감는다. 대화 중에 얼굴을 마주 보면 눈을 감고 있을 때가 많다. 확인하진 못했지만 아마 회사 업무 중에도 그럴 것이다. 딱히 졸려서는 아니란다. 굳이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 때가 아니라면 감고 있는 게 편하단다. 길을 걷거나 책을 보거나 업무를 처리할 때라면 당연히 눈을 똑바로 뜰 것이다. B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모습을 보고 기분이 상할지도 모른다. 이편의 말을 지루해하거나 듣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기분 나빴던 적은 없다. 다만 신기했을 뿐이다. 지긋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단다. 그저 피로감이 가라앉고 상대의 얘기가 더 잘 들리기도 한단다. 그래서 종종 따라 해본다. 음악을 들을 때나 가만히 책상에 앉아 있을 때나 누군가 대화를 나눌 때도 슬며시 눈을 감아본다. 눈을 뜨고 있을 때엔 몰랐던, 약간은 다른 세상이 어둠 속에 펼쳐지는 것 같다. 어둠이라고 했지만, 눈꺼풀에 힘을 빼고 차근차근 호흡을 고르며 바라보는 세상은 딱히 어둡지만은 않다. 아무것도 보이진 않으나, 눈 뜨고 있을 때엔 감지하지 못했던 세상의 숨은 모습들이 슬며시 만져지는 것도 같다. 눈 똑바로 뜨고 살라는 말의 억압과 강요가 새삼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눈 감으니 보이고 들리는 세상의 뒷면. 눈으로 속고 속이는 게 그만큼 많은 세상이라는 반증인지 모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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