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밭을 갈아엎고 주차장을 만들자 했다. 그러자 시골 영감은 ‘그러코럼 허면 몬쓰는디(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했다. 개발시대에 반성이 담긴 부분이다. 노인의 말이 담긴 이 시행(詩行)은 김경섭(55ㆍ사진)씨의 생애 첫 시집 제목이 됐다.
김씨는 부산정보고에서 국어 교과를 담당하는 현직 교사다. 그는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은 아니지만 시작(詩作)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달랐다. 1989년 동인(同人) ‘밖에 서있는 나무’를 창단해 2000년까지 활동했다. 동인의 이름에서 엿보이듯 그들은 어두웠던 대학시절을 보냈다. 김씨는 “1970~1980년대 대학시절 상황에서 느낀 인간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며 “동인 활동을 하던 시기의 시도 어두운 이미지였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그게 싫어서 글쓰기를 중단했다.
다시 펜을 잡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도전이다. 김씨는 “곧 퇴직할 시기가 다가오고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게 나와 우리세대가 가진 고민이다”며 “글쓰기에 대한 향수가 진했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면 글 쓰는 사람이고 싶어서 시집을 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첫 시집을 1, 2부로 나눠 편집했다. 1부에는 주로 자신이 경험한 시대적 상황을 담아냈고, 2부는 삶의 방식과 동경, 반성과 그리움 등을 담았다.
김씨는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아트센터에서 시집 출판기념회을 열고 자신의 오랜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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