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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김윤석 "40분 구마 예식 리얼리티 책임감 갖고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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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김윤석 "40분 구마 예식 리얼리티 책임감 갖고 연기"

입력
2015.11.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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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한국 영화가 귀신 들린 이를 구하는 퇴마나 굿으로 위로하는 샤머니즘을 다룬 일은 종종 있었으나 종교인이 직접 구마를 행하는 이른바 엑소시트로 등장한 적은 없었다. 신앙에 대한 유별난 믿음이 있는 한국인에게 종교인의 구마의식은 거부감을 줄 수도 있을 터.

5일 개봉하는 영화 '검은 사제들'은 그간 금기였던 이 소재를 과감히 스크린으로 끌어 냈다. 개봉 전 반응은 일단 호(好)가 더 우세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귀신 잡는 신부를 연기한 김윤석과 강동원의 공이 크다. 김윤석은 그만의 거친 면을 종교인에 이입해 왠지 어딘가 실제 있을 법한 김신부를 연기했다. 교단은 인정하지 않지만 귀신은 있다고 믿으며 고집을 꺾지 않고 신념을 행하는 김신부의 모습에서 연기를 향해 달리는 김윤석이 오버랩됐다.

-시사를 끝냈는데 어떻게 봤나.

"내가 본 느낌보다 신부님들을 모시고 블라인드 시사를 했다. 관람 전에 걱정을 했었는데 신부님들 반응이 좋았다. 빈말이 아니라 신부님들께서 이제 이런 영화도 나와야지 얘기하셨다.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고 해 안도했다. 영화가 희생을 통한 구원을 얘기해서 그런 듯 싶다."

-후반부 40여 분의 구마 예식을 소화했다. 힘들지 않았나.

"육체적으로 강동원이 힘들었을 테고, 난 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구마 예식을 실제로 본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나.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리얼리티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

-전형적인 신부의 모습이 아니었다.

"신부의 외적 모습에 신경을 쓰면 어설퍼 보일 것 같았다. 그보다 단호한 신념을 가진 모습이 중요했다. 신부복이 재미있는게 흰 로만 칼라를 떼면 조폭과 유사해 보였다. 올 블랙의 옷에 칼라의 유무에 따라 콘트라스트가 있다. 영화를 보면 예식 전에는 로만 칼라를 하고 있는 않은데 장재현 감독의 섬세한 배치였다."

-극중 김신부의 세례명이 베드로다. 실제로 가족들이 신자인데 다른 세례명을 원하지 않았나.

"장 감독에게 듣기론 베드로와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의 아가토 모두 구마사였다. 김신부가 극중 최부제의 세례명을 들은 뒤 피식 웃는 장면도 이 때문이다. 김신부가 강직한 사람이란 것을 표현하기 위해 베드로라 지은 것이라 생각한다. 농담 삼아 장 감독에게 '김신부 전에 배 타지 않았어'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성경에서 예수의 첫 제자 베드로는 어부였다)."

-악령이 실재하고, 쫓으려는 신념을 꺾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신부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지 않을까. 어떤 보상도 없고 아무도 몰라주고 평생 악몽에 시달리면서 하느님이, 바티칸이 구원을 행하라 하니 사제로서 따르는 것이다."

-캐릭터를 만들면서 감독과 어떤 얘기를 주고 받았나.

"시나리오에 다 나와 있어 딱히 조율한 것은 없는데 욕이 많았다. 너무 세다 싶었다. 감독이 요구한 것은 김신부의 몸에 악령의 흔적인 반점을 보고 관객들이 의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삼겹살을 먹으며 담배 피고 술을 마시는 이 사람이 아군인가 적군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게 말이다."

-기도문 대사도 많았다.

"많이 낯설었다. 배우이지만 기도문 대사는 힘들었다. 어떤 의지를 담고 말하면 어색해 질 수 밖에 없다. 신부님에게 여쭙기도 했다. 신부님께서 '당신이 행한다 하지 말고 그 분이 하시는 것이니 믿고 하라'는 말을 따랐다."

-비슷하거나 같은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작품 선택의 1순위가 작품 자체다. 배역은 두 번째 고려 대상이다. 그래서 소신껏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있다."

▲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꽃중년 캐릭터는 욕심나지 않나.

"의식적으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겠다고 해봤자 될 것 같지도 않은데 뭘, 꽃중년이라 불러주는게 어디냐(웃음)."

-요새 스릴러가 유행이다.

"'추격자"를 필두로 장르가 터졌다. 요즘 영화들이 왜 스릴러를 좋아할까 생각해봤는데 속도감 같다. 쉬어가기를 용납하지 못하고 속도감을 강요하니 멜로, 드라마, 공포에도 스릴러가 붙는 것 같다. 실제 나는 스릴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영화를 즐겨 보나.

"최근에 지아 장 커 감독의 '천주정'을 봤다. '쉘위댄스' 같은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어려운 영화보다 평범한 이야기의 영화를 선호한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영화에 목마르다."

-'쉘위댄스'의 남자 주인공도 어울릴 것 같다.

"소소한 이야기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 실제 성격이 '완득이'의 동주와 상당히 닮아있다."

-연극, 드라마는 안 하나.

"무대에 다시 서는게 두렵다. 4개월 정도 올인해야 하는 시간도 없고. 드라마는 빠른 제작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스개 소리 같지만 영화는 하루라도 젊은 나를 볼 수 있다."

-영화에서 가장 멋졌던 때가 언제였나.

"'타짜' 때 아귀가 몸무게가 적게 나갔다. 동시에 '마돈나'도 찍었다. 상당히 다르다(웃음)."

-올해를 돌아보면.

"원래 영화를 찍는 패턴이 1년에 한 편 정도인데 개봉 시기가 늦춰지면서 올해 '쎄시봉' '극비수사' '검은 사제들'까지 나와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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