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신문“한국 2000년 우라늄 농축실험 때 日특허기술 이용 의혹”
한일 정상회담으로 양국관계 복원의 중대고비를 맞은 가운데, 지난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파문으로 이어졌던 한국의 우라늄 농축실험(2000년)에서 일본의 우라늄농축 특허기술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일본 언론이 제기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4일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을 인용해, IAEA가 2004년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소를 사찰하면서 레이저농축법으로 불리는 일본의 기술 특허 관련자료를 입수했으며 이 기술에 바탕을 둔 기기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일본의 기술 정보를 입수해 극비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은 2000년 초 우라늄 농축실험을 한 뒤 2004년 여름 뒤늦게 보고해 ‘핵 개발 의혹’이 터지면서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힌바 있다. 이란과 북한 핵개발로 긴장이 고조된 당시 한국의 극비핵실험 소식은 유엔 안보리 회부 문턱까지 갔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레이저농축법은 천연우라늄에 레이저를 쏴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기 쉬운 ‘우라늄 235’을 모으는 농축법으로, 고농축 우라늄 제조에 적합해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일본의 전력회사가 중심이 돼 설립한 ‘레이저농축기술연구조합’은 1993년부터 2001년까지 레이저농축법 등 187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관련기술 정보가 공개돼있다. 마이니치는 특히 한국이 2000년 1~3월 최소 3차례의 극비 레이저농축실험을 실시해 0.2㎏의 농축우라늄을 제조했으며 당시 제조된 우라늄의 농축도는 최고 77%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핵무기 제조에는 농축도 90%이상의 우라늄 25㎏이 필요한 만큼 한국의 실험은 소규모 실험실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관련 기술을 한국이 입수한 자체는 일본 국내법상 문제가 없지만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기술의 정보공개를 제한하고 있지만 일본에선 특허자료에 상세한 기술정보가 공개돼있다”면서 “특허제도 미비를 이용해 일본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핵기술이 해외에 유출돼 이용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라이 히사미쓰(荒井壽光) 전 일본 특허청장관은 “군사기술로 전용 가능한 기술을 공개하는 실태는 위험하다”고 관련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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