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무조건’ 까다롭지 않다
슈퍼문 보름달이 떴었던 지난 추석연휴가 끝날 무렵, 화성에 ‘흐르는 소금물이 있다’는 증거가 발표됐다. 화성에 대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인류가 미래에 살 수 있을 곳이라는 희망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봉된 미국 SF영화 ‘마션’의 인기는 그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화성이 주목받게 되자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떠올랐다. 책의 제목대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기 때문에 인식의 차이도 행성만큼 벌어져 있다. 따라서 서로에 대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며 자기의 사고 틀에서 상대가 변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남녀 간에 심리적 기저에 깔려있는 서로에 대한 높은 기대수준이 갈등과 충돌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과 고객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고객의 가치증대에 앞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고객만족과 고객가치는 한갓 공염불에 그친다. 따라서 고객의 만족을 확보하고 고객을 위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전적으로 고객에 대한 효과적인 서비스 기대관리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마케팅에서는 고객만족이 기대수준과 성과의 차이로 결정된다는 ‘기대불일치 이론’이 자주 인용된다. 즉 구매 전에 기대했던 것과 실제로 구매 한 후에 느끼는 성과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아무리 블록버스터급 영화라 하더라도 큰 기대로 인해 오히려 실망하거나, 할인행사시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최대’라는 수식어에 높은 기대감이 더 큰 실망감으로 바뀌는 경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고객에 대한 사전적 기대관리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녀사이의 관계와 같이 복잡 미묘한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고객에게 적정 서비스수준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불허전’ 마케팅에는 겸손함과 진정성이 핵심이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거품할인으로 인해 ‘코리아 블랙구라데이’로 비난 받기도 했다. ‘소문난 잔치’에 한껏 부풀었던 기대가 ‘먹을 것’이 없으면 실망감은 더 크다. ‘싼게 비지떡’이라면 고객이 인내할 수 있는 허용수준(tolerance zone)이 된다. 고객은 ‘무조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관리란 메뉴얼화된 지식이 아니라 고객의 심리를 살피는 사유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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