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의 온도와 강도, 거친 정도 등 다양한 촉감 정보를 한번에 인지해 사람보다 정확하게 사물을 구별할 수 있는 로봇이 처음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은 4일 “질량힘센터 연구진이 사람 피부처럼 작동하는 인공 촉각센서와 이를 통해 수집된 촉각 정보를 기억하는 저장공간으로 구성된 촉감구별 로봇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표준연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인공 촉각센서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촉각정보를 모두 측정하고 구별하는 기술을 구현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손으로 사물을 만질 때는 피부 속에 있는 수용기가 물체 표면의 거친 정도에 따른 미세한 떨림(진동), 표면 강도, 얼마나 잘 미끄러지는지를 나타내는 마찰력, 열이 전달되는 정도(열전도도) 등의 물리량을 파악해 뇌로 보낸다. 뇌는 이 신호를 분석해 이미 기억에 저장돼 있는 것 중 일치하는 신호를 찾아 해당 사물의 촉감이라고 인지하게 된다.
연구진이 만든 인공 촉각센서는 이를 본떴다. 진동과 마찰력, 온도, 강도 등의 정보를 습득해 파일 형태로 저장한 다음 먼저 저장돼 있던 사물의 촉각 정보와 비교하는 것이다. 섬유와 나무, 플라스틱 등 25가지 사물로 로봇의 촉감 구별 능력을 시험한 결과 정확도가 98% 이상이었다. 개발을 주도한 김민석 표준연 책임연구원은 “청바지 중 블루진과 블랙진, 스마트폰의 액정 보호필름과 케이스 등 사람의 경우 촉감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차이를 로봇은 정확히 구별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 로봇이 자연스럽게 촉감을 구분하는 인공 팔, 진품과 위조품의 차이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감별 장치, 화장품 효과 시험 기술 등을 개발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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