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크라이튼(1942~2008ㆍ사진)이 작가가 된 사연은 그의 작품들만큼이나 흥미롭다. 그는 작가가 되고자 하버드대 영문학과에 진학했지만 수업이 불만스러워 생물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꿔 수석 졸업했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잠깐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다시 하버드 의대 대학원에 진학했고, 학비를 벌려고 쓰기 시작한 글이 인기를 얻으면서 졸업 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의대 졸업 후 ‘조너스 솔크 생물학연구소’에 취직해 연구원으로 일하면서도 소설을 썼는데, 자기 하나쯤은 소설로 과학에 시비를 걸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는 이야기. 영화감독 겸 제작자 의학저널리스트 대중과학강사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그는 제 마음대로 살면서 뜻대로 살아낸 얄미운 천재였다.
그는 의대생 시절부터 ‘인간의 질병은 인간 자신에게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고 한다. 그의 저 생각은, 기원전 희랍 시인 소포클레스가 ‘오이디푸스’에서 신탁의 말로 테베의 왕(오이디푸스)에게 전한 예언적 경고- 그대 자신이 그대의 재앙입니다-의 패러디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문학은 과학 시대 인류의 어두운 신탁 같은 거였다. 그가 쓴 30여 권의 소설과 논픽션은 대부분, 오만해진 과학이 초래할 재앙의 경고였다.
허다한 장르작가 가운데 그만큼 폭넓은 분야를 종횡무진 누빈 작가도 드물다. 의학스릴러의 대가 로빈 쿡(1940~)이 있지만 크라이튼에게도 공전의 히트작 ‘ER’과 ‘응급상황 A Case of Need’이 있다. 78년에는 쿡의 대표작인 ‘코마’를 고쳐 자기 버전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호러 왕국에는 스티븐 킹(1947~)이 있지만, 크라이튼 역시 태평양 심해에서 미지의 생명체와 사투하는 과학자들을 내세운 심리 스릴러 ‘스피어 Spear’와 좀비 소설 ‘Eaters of the Dead’등을 썼다. ‘우주 바이러스 The Andromeda Strain’와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타임라인 Timeline’의 SF작가이기도 했다.
통칭 그는 과학스릴러 작가다. 테크놀러지의 위협을 그린 ‘떠오르는 태양 Rising Sun’, 나노 기술의 공포를 부각한 ‘먹이 Prey’, 유전자 조작의 재앙을 그린 ‘넥스트 Next’, 환경원리주의자들의 음모를 다룬 ‘공포의 제국 State of Fear’, 너무나 잘 알려진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도 있다. 그리고 언제나 ‘문제’는 바이러스도 호박 속의 DNA도 미지의 심해괴물도 아닌, 다시 말해 과학이 아닌, 과학 하는 인간이었다. 그가 2008년 11월 4일 림프종으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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