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 사태에 따른 전직 경영진의 책임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2009~2010년 이 회사와 관련해 이뤄졌던 검찰 수사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남상태(65)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의혹과 연임로비 의혹 등을 살펴봤으나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고, 그의 주변 인사들만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무려 4조2,000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대우조선해양을 부실에 빠트린 주된 원인은 대부분 남 전 사장 재임기간(2006~2012년)에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져, 과거 검찰 수사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09년 7월 대우조선해양의 납품비리 의혹을 수사해 이 회사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임원 5명을 기소했다. 이들 중에는 남 전 사장에 의해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로 영입된 건축가 이창하(59)씨도 포함됐는데, 검찰은 그를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책’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이씨가 제대로 입을 열지 않아 수사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씨가 납품업체에서 받은 돈은 모두 이씨 개인이 챙긴 것으로 결론 났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2차 수사’는 1년 후 재개됐다. 남 전 사장이 2009년 2월 연임을 위해 이명박(MB)정부 실세였던 천신일(72) 세중나모 회장을 상대로 로비를 했고, 그 대가로 천 회장 측에 대우조선해양 협력사인 임천공업과 계열사의 주식(26억여원 상당) 등을 건넸다는 첩보가 바탕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이 2004~2008년 임천공업에 지급한 선급금 570억원 중 일부를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도 있었다. 한마디로 ‘이모 대표(임천공업)→남 전 사장→천 회장’의 비리구도가 나타나면서, 검찰은 2010년 7월 임천공업 압수수색과 함께 이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수사는 전혀 다른 결과로 진행됐다. 이 대표와 천 회장은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고, 이들의 주식거래는 임천공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 성사 로비’ 명목으로 조사됐다. ‘선급금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당시는 조선업 호황시절이라 공급물량이 딸려 오히려 임천공업이 대우조선해양에 ‘갑’이었다. 남 전 사장에 비자금을 상납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사가 이들의 진술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검찰은 세 사람 가운데 남 전 사장만 쏙 빠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천 회장은 이 대표로부터 47억원 상당의 금품을 ‘직거래’로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됐다. 청와대 고위 인사와의 친분설 등 루머가 끊이지 않았지만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게 검찰이 선택한 결론이었다.
남 전 사장은 이렇게 번번이 수사망을 피해갔지만, 그렇다고 검찰에 수사 단서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1차 수사 당시 검찰은 이창하씨로부터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남 사장 부인에게 8,000만원, 2007년엔 남 사장의 유럽 출장 직전 2만유로(한화 2,496만원)를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남 전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 한 번 없이 “구체적 청탁은 없었다”는 이씨의 말과, “돈을 받은 적 없다”는 남 전 사장 부인의 진술만 듣는 조사 끝에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결국 당시 검찰의 수사 의지가 미진했다는 지적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필요한 조사는 다 했지만, 혐의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록 결과론이긴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검찰이 남 전 사장의 비위 의혹에 대해 수사를 보다 더 강도 높게 진행했다면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될 지금의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거나 부실 규모를 줄였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배임 의혹들 중 대표적 사례인 ‘오만 선상호텔 사업’(400억원 손실)도 남 전 사장이 추진했고, 이씨가 현지법인 고문으로 사실상 총괄했던 프로젝트다. 사건을 배당 받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석우)는 수사의뢰 내용을 검토한 뒤, 대우조선해양이 천문학적 손실(올해 5조3,000억원 추정)을 보게 된 과정에 남 전 사장이나 후임인 고재호 전 사장 등이 개입된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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