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이 3,000cc급 대형 디젤차들의 배출가스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A6 등이 조작 차량으로 지목됐다. 이렇게 되면 지난 9월 2,000cc급에 이어 사실상 대부분의 폭스바겐 디젤차량이 배기가스 조작 대상에 오르는 셈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폭스바겐그룹이 2014∼2016년형 3,000㏄급 디젤 엔진 차량들도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부착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차량은 폭스바겐의 2014년형 투아렉, 포르쉐의 2015년형 카이엔, 2016년형 아우디 A6 콰트로, A7 콰트로, A8, A8L, Q5 등이다. 이 차량들은 미국에서 약 1만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포르쉐 카이엔은 ‘강남 싼타페’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판매된 포르쉐 3,138대 중 카이엔이 약 700대다. A6는 수입차 판매량 톱 10에서 빠지지 않는 아우디의 주력 모델이다.
EPA는 3,000㏄ 차량들에 지난 9월말 적발된 2,000㏄ 디젤차 48만2,000대처럼 검사 할 때만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조작된 소프트웨어가 부착됐다고 밝혔다. EPA 발표대로라면 2,000㏄ 디젤차에 이어 3,000㏄급 차까지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번져 사실상 폭스바겐그룹 브랜드의 모든 차종이 도마에 오르는 것이다. EPA는 “이번에 문제가 된 3,000㏄ 디젤차들에서 유해성 기체인 질소산화물(NOx)이 허용치의 최대 9배까지 방출됐다”며 “심각한 문제여서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환경부도 국내 판매량이 적지 않은 만큼 폭스바겐 2,000㏄ 디젤차 조사가 마무리되면 3,000㏄ 디젤차도 추가 검증할 방침이다. 이에 포르쉐 코리아 측은 “독일 본사에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판매 차량과 국내 판매 차량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조작설을 강력 부인했다. 지난 9월 말 EPA의 2,000㏄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발표 때 즉시 시인하고 사과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외신을 통해 “해당 차에 조작 장치가 없다”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내용이 다소 모호한 것도 반발하는 이유다. 폭스바겐그룹 측은 해당 연도가 시작돼야 그 해 모델이 출시되는 미국에서 2016년형 아우디를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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