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돈을 모아 마이크도 사고 사람들을 웃기게 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에요.”
전남 지역의 한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11)군은 3일 “악어라는 BJ의 게임 방송을 봤는데 사람들이 많이 보고 좋아하는 걸 보고 나도 BJ가 되고 싶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군은 조만간 개인방송국 오픈을 목표로 현재 인터넷으로 개인방송 사이트 이용법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을 일컫는 BJ(Broadcasting Jockey)가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매체의 발달로 과거보다 인터넷 방송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데다 학생들이 BJ가 연예인만큼의 인기와 돈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넷 생중계로 개인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아프리카TV나 자신이 제작한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유튜브 사이트는 별다른 회원가입 없이도 누구나 시청할 수 있어 어린 학생들도 접근하기가 쉽다. 컴퓨터 게임을 직접 하면서 방송하는 게임 BJ나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 BJ들이 특히 인기가 높다. 게임 BJ인 양띵, 도티 등은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다. 한 개인방송 업계 관계자는 “BJ가 팬사인회를 진행하면 초등학생들이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김군의 담임교사인 유모(25)씨는 “요새는 한 반에 4~5명 정도가 장래희망으로 BJ를 꼽는다”면서 “아이들이 ‘놀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BJ가 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초등생 중에는 제법 진지하게 인터넷 방송 진행이나 제작자를 꿈꾸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유튜브에 자체 제작한 동영상을 게재하고 일정한 구독자를 확보한 이용자에게 ‘구글’이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호칭인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s Creator)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한다. 한 초등생은 “클레이아트(점토 공예)를 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팬”이라며 “그 영상을 보면서 클레이아트 전문가가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개인방송을 시작하는 걸 반대하신다”고 아쉬워했다.
어릴 적부터 사용한 스마트폰 덕에 동영상 콘텐츠가 익숙한 요새 초등생들은 디지털 감수성으로 무장돼 있는 세대다. 그런 이들에게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면 누구나 관심 분야의스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져 BJ나 CC가 금세 선망의 직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이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과 인기만을 좇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성공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보기보다는 결과만 보는 부분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초등학생이 온라인의 선정적 문화나 음란 동영상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9월 자신이 춤을 추는 모습을 실시간 방송했던 한 초등학생은 “치마를 올려보라”는 등 어른들의 희롱에 울면서 방송을 그만 두기도 했다. 경기 지역의 초등교사 송모(25ㆍ여)씨는 “댓글에 욕설이 달려 있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노출이 많은 선정적인 방송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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