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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격 안 내리고 배짱... 정부 정책 허당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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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격 안 내리고 배짱... 정부 정책 허당됐네

입력
2015.11.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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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세 인하 두 달 만에 없던 일로

일부 제품은 되레 가격 비싸져

깎아준 세금으로 업체들만 이익

“세금 내리면 가격 떨어지지 않겠나”

정부의 안이한 판단도 도마에

“혼날 각오가 되어 있다.”

3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명품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 과세 기준을 환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기재부 공무원들이 정책 실패의 잘못을 인정하면서까지 두 달 만에 정책을 없던 일로 되돌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세금 인하분마저 독식하며 오히려 가격을 올리기까지 했던 일부 명품업체들의 고가 마케팅이 그만큼 공고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 개소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은 채 명품업체들이 독식한 것으로 드러나자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명품업체 배짱장사 어땠기에

기재부는 8월 개소세 과세 기준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완화한 이후, 관련 업체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하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일부 품목의 명품업체들은 “가격은 본사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정부의 8월 개소세 인하 방안에 따르면, 개소세 과세 기준 조정에 따라 최대 60만원의 가격 인하 요인이 생겼다. 예를 들어 500만원짜리 가방의 경우 예전에 과세 기준이 200만원이었을 때는 200만원을 넘는 차액(300만원)의 20%에 해당하는 60만원의 개소세가 붙었지만 기준 조정 이후에는 개소세가 전혀 붙지 않았다.

세금을 깎아준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보석 귀금속 모피 등 사치재에는 개소세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 국내 업체들 위주로 세금 인하분에 맞춰 가격을 낮췄고,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기재부의 분석이다. 그래서 기재부는 이 세 품목에 대해서는 개소세 과세 기준을 완화된 수준(500만원)으로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자동차 역시 개소세 탄력세율 인하 효과에 따라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면서 내수 판매가 늘었다.

그러나 가방 시계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세금이 낮아지면 반출가격도 낮아지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을 내려주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일”이라면서 “그런데도 현장 점검을 해 보니 가격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오히려 일부 명품 업체들은 가격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샤넬의 경우 이달 1일부터 인기가 높은 가방인 ‘아이코닉’과 ‘보이백’의 가격을 6~7% 올렸다. 특히 유럽계 명품업체들은 반대로 가격 인상 요인에는 민감해, 과거 유로화 환율이 오른다는 이유로 가격을 기습 인상한 경우도 있었다.

정부의 정책 실패도 도마에

명품 업체들이 이렇게 정부 요청을 무시하면서까지 배짱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사치재의 가격 탄력성(가격 변동에 따라 수요가 변화하는 정도)이 매우 낮고, 특히 한국에서 이들 업체의 고가 마케팅 전략이 잘 먹히기 때문이다. 가방이나 시계 등 일부 품목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과시욕 때문에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정부 현장조사에서도 개소세 인하의 ‘약발’이 가장 안 먹힌 품목이 명품가방이었다.

실책을 재빠르게 인정하며 정책을 바로잡았지만, 정부의 예측 실패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올린 가격을 내리지는 않는 일부 인기명품의 고가마케팅 전략을 알면서도 “세금을 내리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최예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명품업체 입장에서 가격을 안 낮춰도 물건은 그대로 잘 팔리니까 낮출 이유가 없다”며 “명품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태와 정부가 사치재에 소비진작을 이유로 세금을 낮춰준 정책 실패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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