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본격적인 통신 사업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인수·합병 등 계열사 재편을 통해 국내 통신 미디어 시장의 강력한 넘버원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무선 통신 1위 사업자에 올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SK텔레콤 중심, 계열사 재편 가속화
지난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석방된 최 회장은 출소 후 그룹 핵심 사업 중 하나로 '통신' 분야를 꼽았다. 실제로 SK그룹은 올 들어 통신 등 IT 계열사에 대한 투자와 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먼저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는 한편 SK플래닛의 N스크린 서비스 '호핀' 사업 분야를 SK브로드밴드에 넘겼다. 이를 통해 현재 SK브로드밴드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IPTV인 Btv의 콘텐츠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후 네이트 포털과 싸이월드·싸이메라 서비스를 운영하던 SK컴즈 지분을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 IHQ에 매각하려 했다. 공정거래법상 2007년부터 지주회사 요건을 갖춘 SK그룹은 현행 법령에 따라 손자회사인 SK플래닛의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매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IHQ의 대주주인 종합유료방송사업자 씨앤엠(C&M)이 대주주단 동의를 구하며 지분 인수 작업에 돌입했으나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SK는 해당 지분 64.5%를 SK텔레콤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SK컴즈를 그룹에 잔류시켰다. 네이트 포털과 싸이월드를 운영했던 SK컴즈의 노하우와 SK텔레콤의 통신 기술력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복안이다.
사실상 SK컴즈를 IHQ에 넘기며 씨앤엠을 인수하려 했던 SK텔레콤은 내부 검토를 거친 후 CJ헬로비전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 2조원이 넘는 매각 예상가도 부담스러웠던 데다, 씨앤엠의 매각 경쟁업체였던 CJ헬로비전과의 전략적 협업으로 새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2일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합병은 내년 초 SK브로드밴드 및 CJ헬로비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예정이며, 합병이 완료되면 SK브로드밴드는 상장법인인 CJ헬로비전에 통합돼 우회상장 된다. 인수 및 합병 완료는 내년 4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이러한 결정은 양사 총수간 인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60년생 동갑내기이자 고려대 동문으로 오랜 기간 교류해오며 사업 분야 협력을 도모해 왔다.
▲ 최태원 SK 회장(왼쪽)과 이재현 CJ 회장. 연합뉴스
실제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에 그치지 않고 양 그룹 전략적 제휴에 합의했다. 각 그룹의 핵심 역량인 콘텐츠(CJ그룹), 플랫폼(SK그룹)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사업 협력에 나선다.
SK텔레콤이 1,500억 규모로 CJ주식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두 그룹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공동 조성하기로 한 것도 전략적 협력 강화의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다.
■ 몸집 불리는 SK, 경쟁사 견제 도 넘나
SK의 통신 사업 확대를 두고 과도한 영향력 확대와 경쟁사에 대한 지나친 견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총 7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향후 마케팅 등을 통한 고객 유치에 따라 현재 관련 사업 분야 1위 사업자인 KT 가입자(849만명)를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무선에 이어 유선 사업 분야의 1위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뜰폰 사업의 경우 독과점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알뜰폰 시장의 1위 사업자는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이다. 그 뒤를 잇는 업체가 SK텔레콤의 알뜰폰 사업자 SK텔링크로, 양사가 통합될 경우 거대한 규모의 알뜰폰 업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물론 내년 4월 합병 절차가 마무리 되기까지는 정부의 인가가 남아있다. 정부는 시장 경쟁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자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인가 규정을 두고 있다. 시장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판단되면 인가를 불허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양사의 합병은 중소 업체를 비롯한 경쟁사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근에는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을 대상으로 SK플래닛이 T맵 DB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SK의 시장 견제가 도를 지나쳤다는 여론도 부상했다. 10월 30일 제기한 소송을 최근 발표한 것도 3일 카카오가 출시한 '카카오 택시 블랙' 서비스에 대한 견제라는 것. 지난 5월 카카오는 내비게이션 콘텐츠 '국민내비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을 자회사로 인수한 바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SK가 통신 사업 분야 재편을 통해 빠르게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독과점 등 경쟁사에 대한 견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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