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정규시즌 144경기, 포스트시즌 14경기 등 한 해 동안 역대 최장인 158경기를 치렀다. 시즌 막판 순위 3위 싸움을 하느라 힘을 뺀 데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느라 체력 소모가 컸다. 특히 중압감이 큰 포스트시즌 경기는 정규시즌보다 2배 이상 피로도가 몰려온다. 또 한국시리즈에서는 추위까지 찾아와 감기에 걸린 선수들도 속출했다.
두산 중심 타자 민병헌은 강행군 일정을 이렇게 비유했다. “한 달 동안 아무 것도 안 하다가 막노동한 느낌이다. 오래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면 그 다음날 등이 안 펴지고 몸도 쑤시지 않나. 선수들 모두 괜찮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아픈 부위도 생긴다.”
민병헌의 말처럼 가뜩이나 지쳐있다 보니 불의의 부상도 뒤따랐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NC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 오른 엄지발가락 미세골절을, 톱 타자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왼 검지 열상을 입어 6바늘을 꿰맸다. 둘은 부상 탓에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강한 출전 의지를 내비치며 참고 뛰었다. 양의지는 부상 이후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그는 “발이 마비된 상태”라고 농담식으로 설명했다.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은 완전히 가시지 않아 경기 전 훈련을 할 때는 스파이크 끈을 모두 풀었다. 끈을 바짝 조이면 아프기 때문에 경기를 할 때나 묶었다.
투수조 최고참인 마무리 이현승은 많은 투구 수로 인해 밀려오는 극심한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병원에서 영양주사까지 맞았다. 1이닝부터 많게는 3이닝까지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공을 던지느라 체력 소모는 더욱 컸다. 결국 그는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훈련을 생략한 채 병원부터 찾아야 했다.
이들의 진통제 및 링거 투혼은 동료들을 더욱 똘똘 뭉치게 했다. 4번 타자 김현수는 “뼈에 금이 간 양의지도 뛰는데 어느 누구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했고, 민병헌은 “누구나 아픈 부위는 있지만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거들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아픈 내색 없이 양의지가 팀을 이끌어줬고, 정수빈도 수비는 안 됐지만 방망이로 잘해줬다. 이현승은 많이 던지고 있는 편인데 마무리 투수가 피로 때문에 안 던질 수는 없다.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선수들의 투혼이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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