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조망권 따라 분양가 수억~수십억 차이
중대형 많고 경기변동에 민감…청약 주의해야
3.3㎡당 최고 7,000만원이 넘는 고분양가로 논란을 빚었던 포스코건설의 ‘해운대 엘시티 더샵’ 아파트는 최고 73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특이한 점은 펜트하우스 6가구의 공급면적이 320㎡로 모두 같은데도 4가구(D타입)는 가구 당 47억5,000만원, 2가구(E타입)는 67억9,600만원으로 무려 20억원 넘는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시행사인 엘시티의 관계자는 “해운대 조망을 고려해 분양가를 책정한 것”이라며 “E타입은 3면에서 해운대 앞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반면 D타입은 2개면에서만 가능해 분양가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가격이 높게 책정됐음에도 E타입 2가구의 경쟁률은 68.5대 1에 달했다. 같은 이유로 이 아파트는 저층보다 고층의 분양가가 30% 더 비싸다. 높을수록 바다 조망 범위가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조망권 프리미엄 천정부지
조망권 프리미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산과 바다, 강, 산(골프장) 등을 얼마나 잘 조망할 수 있는지에 따라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등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을 등에 업고 조망을 특화해 분양가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과 KCC건설은 인천 청라국제도시 ‘베어즈 베스트 청라 골프장’ 내에 단독주택 용지 119필지를 분양 중이다. 분양 용지 공급면적은 평균 450㎡(1필지)로 필지별 분양가는 6억원 후반~8억원이다. 입지에 따라 필지당 1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롯데건설 측은 “골프장 유휴부지에 짓는 게 아니라 택지지구 안이어서 도심 기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데다 모든 가구에서 페어웨이(고르게 잘 깎인 잔디 지역) 조망을 누릴 수 있다”며 “조망이 좋은 곳은 수요자들이 이미 선점을 다 했다”고 전했다.
내년에 반포, 잠원, 청담 등에서 재건축되는 아파트들은 한강변에 자리하고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분양가가 3.3㎡당 5,000만~6,000만원 수준에 책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내년 하반기 분양 예정인 123층 높이의 잠실 롯데월드타워 오피스텔은 한강을 파노라마식으로 조망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인데,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분양 역사상 처음으로 3.3㎡당 1억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세차익은?
조망권이 뒷받침되면 향후 매매가 상승률에서도 유리한 게 사실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광교신도시에서 광교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광교호수마을 참누리레이크’(2011년 9월입주) 전용 84㎡는 올해 가격이 10.9%(5억500만→5억6,000만원)나 뛴 반면 인근에 비슷한 조건이지만 숲이 보이지 않는 ‘광교호반베르디움’(2011년 12월 입주)은 가격상승률이 3.96%(5억500만→5억2,500만원)에 머물렀다. 올 초만 해도 같은 시세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매 시장에서 조망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에 웃돈이 너무 붙었던 경우 재미를 보지 못한 경우도 상당수다. 한강 조망을 자랑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는 2008년 분양 당시 전용면적 217㎡의 분양가가 최고 41억2,500만원이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주택 경기가 살아난 올해도 웃돈은 크게 붙지 않은 채 시세가 40억~41억원에 형성돼 있다.
또 지난해 9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한강 조망권을 내세워 전용면적 112㎡의 분양가가 최대 22억5,1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실거래가에 따르면 가장 최근(7월)에 팔린 같은 면적의 4층 분양권은 17억3,900만원에 머물렀다. 저층인걸 감안해도 웃돈이 많이 붙지는 않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상한제 폐지와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분양가가 전체적으로 올라 있는데다 분양가에 조망권 프리미엄이 이미 높게 붙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청약 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부산은 바다, 서울은 한강 조망이 부동산계의 영원한 스테디셀러이긴 하지만 요즘 분양가가 애초 높게 책정된 게 많아 과거처럼 최초 분양자가 시세차익을 무조건 얻는 구조는 깨졌다”며 “더구나 조망권 좋은 주택형은 중대형이 많은데 경기 변동이나 시장 상황이 안 좋게 변했을 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데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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