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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심판 트리오의 꿈★은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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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심판 트리오의 꿈★은 이루어질까

입력
2015.11.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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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주심. 프로축구연맹제공
김종혁 주심. 프로축구연맹제공

지난해 6월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경기에서 주심을 맡은 이는 일본 국적의 니시무라 유이치(43) 심판이었다. 국내 심판 중 이 대회에 선 심판이 단 한 명도 없었던 데 반해 일본 심판이 월드컵 개막전 주심이 된 점은 국내 축구계에선 큰 부러움이었다.

이 때 이후 대한축구협회에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국내 심판진을 내보내기 위해 심판진 육성을 천명했다. 그 때 모습을 드러낸 게 바로 ‘월드컵심판 퓨처 프로젝트’다. 대한축구협회는 김종혁(32) 주심과 정해상(44), 윤광렬(39) 부심, 그리고 김상우(39) 주심과 최민병(42), 양병은(41) 부심 등을 각각 ‘트리오’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육성 계획에 따른 실질적 투자는 많지 않다. 어학과 체력 단련을 위한 월 20만원 선의 지원금과 국제심판 선배들의 멘토링 시스템 정도가 전부다. 다만 프로그램 시행으로 심판계를 향한 관심이 커진 게 득이라면 득이다. 그간 주목 받지 못했던 심판들에겐 적잖은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국 심판진이 11월 7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알 아흘리(UAE)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의 심판으로 나서게 됐다는 소식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6일 한국의 김종혁 주심과 정해상, 윤광열 부심이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의 심판으로 배정됐다고 전했다. 대기심은 김희곤 심판이 맡게 됐다. 김종혁 심판은 2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배정됐다는 메일을 확인하고는 심장이 터질 듯 기뻤다”고 했다. 그만큼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는 아시아 심판들에겐 ‘꿈의 무대’중 하나다.

김종혁 주심. 대한축구협회제공
김종혁 주심. 대한축구협회제공

AFC 챔피언스리그는 아시아 내 최고 클럽을 가리는 대회로 우승 상금 규모만도 150만 달러(약 17억 원)에 달한다. 국내 심판 가운데는 권종철 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만 2003년과 2005년 이 무대를 밟아봤다.

김종혁씨 등 대한민국 심판진이 이 대회 결승에 배정됐다는 건 그만큼 AFC가 한국 심판들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다. 한국 클럽이 결승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나, 그간 ‘김종혁 트리오’의 활약을 되짚어 보면 이들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올해 초 호주 아시안컵 8강전 주심을 맡은 김종혁 심판은 지난 6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2015 FIFA U-20 월드컵에서 윤광열-양병은 부심과 트리오를 이뤄 조별리그 및 홈팀 뉴질랜드의 16강 경기에 배정된 바 있다.

이번 배정은 ‘월드컵 주심’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선 계기이기도 하다. 19세 때인 2001년 심판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국제심판의 휘장을 단 2009년부터 월드컵 무대를 꿈꿔왔다. 그는 “모든 축구 선수가 월드컵 무대를 꿈 꾸듯 심판 역시 마찬가지”라며 “우선 AFC에서 선정하는 월드컵 주심 후보에 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휘슬을 잡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우선 ‘AFC 엘리트 레프리’에 선정 돼 AFC에 소속된 가맹국별 대표 후보군이 돼야 한다. 이후 AFC에서 개최하는 최고 권위 대회인 아시안컵을 비롯, FIFA 주관 대회에 파견 돼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우선이다. 김씨는 그런 뒤에도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월드컵 심판 자리는 하늘이 내준다”는 말이 축구계에선 정설처럼 떠돌기 때문이다. 그만큼 월드컵 심판 선발엔 심판 본인의 자질 외에도 각국 협회의 외교력과 정치력 등도 필요하단 의미다.

월드컵 심판 퓨처 트리오 프로젝트에 포함된 6명의 심판진과 축구협회 관계자들. 대한축구협회 제공
월드컵 심판 퓨처 트리오 프로젝트에 포함된 6명의 심판진과 축구협회 관계자들. 대한축구협회 제공

국내 심판진 중에는 1994년 미국월드컵 부심을 맡은 박해용 심판을 시작으로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 나선 전영현(59) 부심,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김영주(58·은퇴) 주심, 2006년 김대영(52) 부심, 2010년 정해상 부심이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트리오 시스템 (동일언어권의 주심 1명·부심 2명 통합운영)’ 도입 이후는 한 팀도 월드컵 무대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그만큼 ‘김종혁 트리오’의 부담도 크다. “모든 과정에 있어 실수 없이 마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한 김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어찌 보면 AFC 챔피언스리그 배정 역시 수 많은 국제 경기 중 하나일 수 있지만 후배 심판들을 생각한다면 단순한 한 경기의 의미 그 이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06 독일월드컵 주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막판에 좌절됐던 권종철 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김종혁 심판의 경우 인성과 능력 면에서 아시아에서도 주목하는 인물”이라며 “나이도 적은 만큼 경우에 따라 월드컵 본선 무대에 두 차례 이상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김종혁 트리오’는 오는 5일 알 아흘리(UAE)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이 열리는 UAE 두바이로 떠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한국 심판 트리오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배정은 러시아 월드컵 배정을 향한 의미 있는 신호탄임은 분명하다”며 “영국 축구협회(The FA)와 ‘영 엘리트 심판(Young Elite Referees)’ 교류 프로그램 등이 예정된 만큼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월드컵 심판 후보군을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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