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 '위대한 습지' 그레이트 스웜프를 지켜내다

입력
2015.11.03 04:40
0 0

미국 연방 의회가 1960년 11월 3일 뉴저지주 북부 32㎢에 달하는 습지 개발계획을 부결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미 내무성은 66년 5월 그 지역을 천연기념물(National Natural Landmark)로 지정해 일체의 자연 훼손 행위를 금지했고, 산하 ‘어류 및 야생동식물보호국’의 보호를 받는 최초의 미국 영토 가운데 한 곳이 되게 했다. ‘그레이트 스웜프 국립 야생동물 보호지역(Great Swamp National Wildlife Refugeㆍ사진)’이 그렇게 탄생했다.

뉴저지주는 16세기 이후 신대륙 식민지 건설에 열광하던 유럽인들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었다. 1644년 영국이 북아메리카를 식민화하기 전, 네덜란드와 스웨덴이 경쟁적으로 거류지와 영구정착지를 건설한 곳도 거기였다. 18세기 독립전쟁 전까지 영국은 뉴어크 뉴욕 필라델피아 같은 도시들을 잇달아 건설하며 본토의 정착자들을 끌어들였고, 미합중국 출범 이후로도 섬유 철강이 선도한 신대륙 산업ㆍ물류ㆍ서비스 혁명의 중심지였다. 20세기 중반 뉴워크 공항은 포화상태였다.

50년대 말 뉴욕과 뉴저지 교통 당국이 뉴워크 공항 확장부지로 그레이트 스웜프를 낙점하자, 시민들의 저항이 시작됐다. 황무지에 건물을 세우고 철도를 닦는 것과 수만 년 빙하의 물길이 모여 형성한 습지를 메우는 것은, 그들에게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무엇보다 그곳은 인간과 문명에 쫓겨 모여든 수많은 생명들의 서식공간이었다. 법정 공방이 시작됐고, 그 습지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북미 야생동물 보호재단(NAWF), 그레이트 스웜프 위원회(GSC) 등이 창립했다. 습지 땅 소유자들은 땅을 기부했고, 재단 등은 기부금으로 습지 땅을 매입했다. 그들의 승리는 20세기 개발의 무한질주에 걸린 첫 제동 가운데 하나였다. 현재 미국에는 550여 곳의 야생동식물 보호지구가 지정돼 있다.

뉴저지주는 미국에서 네 번째로 좁은 주이자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주로 꼽힌다. 55년 전의 저 기적 같은 승리로 그레이트 스웜프 국립 야생동물 보호지역에는 200종이 넘는 철새와 텃새들이 오가며 서식한다. 또 수많은 어류와 양서류와 곤충 사슴 여우 사향뒤쥐 미국너구리 등 포유류가 산다.

메트로폴리탄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것은 물론이고, 거대한 천연 댐으로서 대도시 수자원 공급원이자 수질 자연정화 시스템으로서도 기여하고 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자연 환경과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활동 중인 수많은 NGO와 자연보호 기금들이 그 늪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일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